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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아사비야' 높은 中, 10년후 경제패권 쥔다

■ 제국의 탄생 (피터 터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br>中, 이익 위해선 무력사용 가능 번영 위한 국민통합 능력 '최고'<br>향후 인터넷·스마트폰 매체가 새로운 미래 이끄는 방식될것


변방의 작은 도시인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패권국의 지위를 누렸다. 당시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는 "어찌 된 일인지 우리는 모든 큰 전쟁에서 져도 결국 이기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기술했다. 수학과 진화생물학, 생태학 등을 녹여내 세계사를 새롭게 조망해온 통섭형 연구자 피터 터친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크고 작은 제국의 탄생과 멸망의 역사를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제국은 '영토가 넓고 복잡한 권력 구조를 가진 다민족국가'로 정의되며 민족성이나 군사력 같은 내적 요인이 아닌 통상 민족으로 구별되는 '집단 간의 관계' 속에서 태동하고 발전한다. 즉 이질성이 강한 집단간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변경 지역에서 제국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성장해간다는 주장이다. 로마의 경우도 지중해 문명과 '야만인'으로 분류되는 켈트족 사회를 가르는 단층선에서 발원해 1,000여년 동안 제국의 황금기를 누렸다. 저자는 14세기 아랍 사상가 이븐 할둔의 말을 인용,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원동력을 '아사비야(asabiya)'라고 규정한다. 아사비야는 집단행동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자본, 즉 협력의 역량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아사비야의 수준이 높은 집단은 초민족 공동체의 변경 지역에서 생기며, 외부의 위협과 무언가를 얻을 가능성이 사람들을 통합하는 강력한 힘이 되어 아사비야를 높인다"고 주장한다. 제국은 왜 몰락하는가. 저자는 제국 탄생의 시기가 '통합의 시대'였다면 몰락의 시기는 '분열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사회의 부가 늘어나면 엘리트층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면서 부패한다. 또 하위 계급도 부를 쌓아 신분 상승을 꾀하면서 사회 피라미드의 상층부가 무거워진다. 결국 부패와 분배 불평등이 심해지고 계급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아사비야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저자는 "아사비야가 사라지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구성원간 신뢰가 무너질 때 제국의 추락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제국의 미래에 대해 저자는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 현재 세계 최강국인 미국 내 아사비야가 낮아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9ㆍ11테러 당시 미국민이 보여준 태도와 주류 야당이 군사 작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사회적 자본은 풍부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국의 정의에 가장 잘 들어맞는 국가로 중국을 차기 세계 패권국으로 지목한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력을 사용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고 정치력과 군사력의 기반이 되는 경제력은 급속도로 증가해 10년 후에는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저자는 제국 흥망성쇠의 열쇠인 아사비야를 경제 등 다른 영역에도 적용한다. 그는 "큰 회사들이 번영하려면 직원들이 높은 수준의 일반화된 신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자유 시장에서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기업 내부에선 시장의 힘이 아니라 집단의 유대와 결속에 의지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집단 행동 도구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지목하면서 "개인의 행동을 손쉽게 결합하며 집단으로 결속시키는 이 새로운 매체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맨 마지막 문구를 "우리는 다수로 이루어진 하나다(E pluribus unum)"라는 말로 장식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장기적으로 번영하려면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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