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이대론 안된다]<상>뒷걸음치는 기술투자
R&D비용 쥐꼬리 대기업의 0.1%
첨단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강조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기술투자와 지원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식했는지 기업에서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최초' '최첨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정부에서도 지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대폭' '획기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한 기술 또는 정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서는 세차례에 걸쳐 현재 국내업체들의 기술투자와 정책의 문제점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종업원 500인이하 기업 연구개발(R&D) 투자비중 OECD 가입 22개국중 21위. 중소기업 총 연구개발투자비 대기업의 15%….
국내 중소기업 기술투자의 현주소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주춧돌''기술개발만이 살길이다'고 외쳐 왔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수치상으로 볼 때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의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핵심산업이라고 일컫어지는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분야를 보면 이러한 사실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기전자의 경우 지난 87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는 5%였지만 10년이 지난 97년에는 4%로 줄었고 운송장비는 7.5%에서 2%로 5%포인트나 격감했다.
기업체당 투자액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97년 기준을 기준으로 할 때 중소업체당 R&D투자액은 평균 970만원. 500인 이상 대기업이 평균 79억6,000만원을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분의 1에 불과한 수준.
투자가 없다보니 연구개발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특허, 실용신안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드물다. 특허청이 지난해 6월 조사한 산업재산권 보유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는 총 11만8,423건중 6,215건으로 5.2%, 실용신안은 9만9,830건중 1만462건으로 10.5%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 1,000곳중 단 6곳만이 둘중 하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기술개발에 소홀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해외선진국에 비해 기술경쟁력에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조사한 국내 중소기업의 대외기술경쟁력 평가에서 스스로 선진국에 비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업체들은 불과 1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의 동종업종에 비해서는 41%, 미국과 비교해서는 39%밖에 안된다고 토로해 선진국과의 현격한 기술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소 벤처기업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가능성을 10분의 1정도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벤처컨설팅업체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중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그야말로 열손가락 안에 뽑을 정도”라며 “하지만 그나마도 기술개발보다는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는 등 `국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2000/10/23 19:19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