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정보의 보고'로 떠오른 트윗… 월가 투자문화 바꾸나

하루 4억개 트윗 단문에 미묘한 투자정서 등 담겨<br>SNS 정보 분석·가공해 헤지펀드 등에 제공도 늘어<br>개인엔 아직 리스크 크지만 분석·예측기법 진화따라 유용한 투자 수단될듯


#장면 1. 올 8월13일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트위터에 “매우 저평가된 애플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더 많은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는 글을 남겼다. 애플 주가는 순식간에 5.8% 급등했다.
#장면 2. 올 5월10일 월가의 채권왕인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신의 트위터에 “30년간의 채권 전성시대가 끝나간다”고 말했다. 이후 미 국채 금리는 3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미국 증시에서 트윗 한 줄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월가 큰손은 물론 일반인들의 트윗을 이용해 개별 종목 투자와 전반적인 증시 향방에 응용하려는 벤처 기업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트윗에서 유용한 투자 정보를 얻어내는 단계까지 진전될 경우 월가 투자 문화에 일대 혁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보고로 떠오른 트윗= 미래 주가 예측은 모든 투자가들의 꿈에 불과하지만 트윗 투자 옹호자들은 다르다. 하루 4억개에 달하는 트윗에서 제품 사용 후기나 개인들의 미묘한 투자 정서 등을 데이터화할 경우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기관투자가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의 트윗에 주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전기차량 제조업체인 텔사 모터스의 경우 지난 3월25일 델론 머스트 CEO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자 주가가 5%나 올랐다. 지난 7월25일에는 마리 끌레리 패션 디렉터였던 니나 가르시아가 JC페니로 자리를 옮긴다는 사실을 남기자 JC페니 주가는 5% 이상 올랐다.

하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리스크가 크다. 일단 수많은 트윗 가운데 유용한 정보를 빼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올 9월에는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트위터가 자사 트윗을 통해 기업공개(IPO) 사실을 알리자 이름이 비슷하지만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던 가전유통사인 트위터홈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장외에서 무려 1,800%나 폭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반 투자가들은 큰 피해를 입은 셈이다.


초단타거래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뉴욕 증시 특성상 개인들의 대응이 느리다는 점도 난점이다. 애플에 대한 아이칸 트윗의 경우 글이 올라 온지 20분만에 애플 주가가 2.5%나 올랐지만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20분 뒤였다. 결국 헤지펀드들만 수익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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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발전하는 트윗 분석기법= 트윗 분석의 선주주자인 마켓사이크 창립자인 리차드 피터슨은 "9년전 아이디어를 내놓자 다들 '미쳤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웨스트포트, 소셜마켓애널리틱스(SMA), 마켓프로피트 등 여러 회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정보를 가공해 헤지펀드 등에 제공하고 있다.

SMA의 경우 트윗 글을 분석해 개별 회사 상품이나 주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미묘한 정서를 분석해 주가 향방을 예측하고 있다.

조 지츠 CEO는 "투자 의향이 가장 높은 종목부터 낮은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매일 내놓고 있다"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지 않는 소형 종목에 유용한 투자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마켓프로피트의 경우 개별 주식이나 증시가 상승할 것인지, 오를 것인지에 대한 투자가들의 트위터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제공 중이다.

마켓사이크는 특정 주식에 대한 트윗의 기대감을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가령 올 9월 아이폰5S·5C 출시로 애플 실적과 주가가 턴 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제품이 트윗의 기대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애플 주가는 출시 당일 2.2% 떨어졌다.

물론 이는 기업 실적이나 경기 전망,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기술적 분석 등을 통해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전통적인 투자기법에 비해서는 아직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트윗 사용자들의 분위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심심풀이 보조 지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 기법이 더 진화할 경우 기관투자가 등 월가의 투자문화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이들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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