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와대ㆍ軍 ‘계획도발’ 로 뒤집어

지난 해 6월29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간 서해교전에 대해 당시 정보당국은 `우발사고`로 최종결론을 내리고 한국전 종전후 해군의 최대 작전실패 사례로 분석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는 국방부와 합참이 당시 종합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의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한 악의적인 선제기습`으로 규정한 것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당시 청와대와 합참 수뇌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국내 비판여론을 무마하고, 작전 지휘관 문책 범위를 최소화하기위해 정보당국의 분석을 뒤집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데다 합참이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규정한 이후 기무사가 관련 부서 문건을 파기토록 하는 `파기감사`를 실시하는 등 관련사항을 조직적으로 왜곡ㆍ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사건 진상과 책임소재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보가 확인한 당시 합참의 서해교전을 분석한 A4용지 3쪽짜리 2급비밀문건에 따르면, 한국 및 한미연합사 정보 관계자는 교전 다음 날인 6월30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갖고 서해교전을 `북한의 계획된, 의도적 공격이라기보다는 상호 근접해 기동하다 발생한 99년 연평해전과 유사하게 아군 고속정이 충돌공격을 감행하려 한 데 대해 위협을 느껴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회의에는 국방부 합참 정보사 기무사 국정원 등 우리측 정보관계자와 한미연합사 정보 당국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문건은 북한의 `계획적 도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결과, 북한 경비정과 황해도 사곶에 위치한 북한 해군 8전대사령부간, 또 정박 중인 북한 대기함과 북한 지휘부의 통신 내용 등 중요 첩보(SI) 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 해군 2함대의 묵인 하에 어로저지선 밖으로까지 진출해 꽃게잡이 조업을 한 우리 어선들의 움직임이 교전을 유발한 한 원인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당시 북의 우발적 공격에 대패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햇볕정책으로 대북경계태세가 이완돼 있던 탓에 패전했을 것`이라는 야당 등의 공세를 우려한 청와대의 판단과 패전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작전지휘라인간의 이해가 맞물려 사태를 왜곡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교전 이후 북한 해군사령부가 8전대에 현지 감찰을 나와 교전을 막지 못한 북한 등산곶경비정 함장 등 지휘관을 줄줄이 문책한 사실도 우발적 사태임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