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가선생과 인권상’-정옥임(국회의원ㆍ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아프리카 국정감사로 재스민 혁명의 진원지인 튀니지를 비롯해 이집트ㆍ리비아를 모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슬람과 중동의 정치 지형상 독재권력이 시민에게 강요하는 침묵과 인고의 사슬은 인력으로 결코 끊기 어려운 천형 같아 보였다. 튀니지! 더 큰 도약을 위한 산고일까. 성장과 정치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 이집트! 오래 묵은 무바라크 장기집권에, 부패와 저개발로 국민의 삶이 너무 고단했다. 제국의 찬란한 영광은 넝마처럼 추레했고, 카이로는 쓰레기더미였다. 오로지 조상 덕으로 고대유물의 관광자원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가련한 콥틱문화의 후예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북한을 벤치마킹해 30년 독재를 이어왔던 무바라크의 비운을 보며, 김정일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리비아. 사막에서 물과 석유가 다 나오는 천혜의 나라! 알라의 축복을 독차지한 아프리카의 맹주 같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리비아는 튀니지나 이집트가 추종 못할 더 큰 중병에 시달렸고, 그 병소가 바로 카다피였다. 그는 너무 극단적이다 못해 희극적이었다. 수도인 트리폴리의 벽에는 오직 기괴한 모습의 카다피 초상화만 걸 수 있고, 국민들은 사사건건 황당한 정치사회적 억압을 감수해야 했다. 오로지 카다피 맘대로였다. 카다피의 '카'자도 입 밖에 낼 수 없는 통제상황에 외국인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리비아 정보원들에게 들킬까 봐, 우리는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카다피라 부르지 못하고 카선생이라 불렀다. 그 카선생의 운명에 21세기 몇 안 남은 독재자들이 주목할 것이다. 그런데 카선생을 둘러싼 희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몇 년 전 카선생이 우리나라 모 종교계 진보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당시 민주노총위원장과 함께 인권상을 받았다 한다. "외세에 맞서 자유와 평등, 정의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수행한 선구자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고귀한 성품에 대한 찬사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주창하는 휴머니즘적인 사상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민족과 민중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한 지도자."라는 극찬과 함께였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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