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세대로서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이 싫었어요. 미련도 남지만 일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올린 박지은(33)이 LPGA 투어 은퇴에 이어 골프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하고 결혼 계획도 공개했다.
박지은은 20일 서울 강남 전통한식전문점 삼원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미국 LPGA 투어 은퇴를 선언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활동을 놓고 고민한 끝에 선수 생활을 접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2012시즌 K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던 박지은은 올해 상반기를 미국 무대에서 보낸 뒤 하반기 KLPGA 활동을 고려했지만 결국 은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격적인 은퇴 선언 배경에 대해 그는 "미국 LPGA 투어 1세대로서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이 싫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킴과 동시에 내가 (주니어 시절부터) 20년 넘게 했던 일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박수칠 때 떠나는' 심경을 설명했다.
2000년 LPGA 투어에 진출해 2004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박지은은 고관절ㆍ허리 등의 부상으로 최근 수년간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혼식은 오는 11월27일에 올릴 예정이다. "예비 신랑은 LPGA 투어 신인이던 2000년부터 사귄 초등학교 4년 선배인 '훈남' 김학수(37ㆍ사업)씨"라고 소개한 그는 "결혼은 지난해부터 생각해왔기 때문에 은퇴 결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고려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칠 예정인 박지은은 장래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 분야가 골프니까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 이외에는 아직 구체적인 게 없다. 하나하나 닥칠 일을 풀어나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어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04년 10월 제주에서 벌어진 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꼽았다. 그는 "그해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주목을 받은 데다 중학교 입학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처음 한국에서 가족ㆍ친척ㆍ친구들이 응원해주는 가운데 우승했기 때문에 무척 기뻤다"고 돌아봤다. "어릴 때부터 앞만 보고 운동하느라 몸 관리를 잘 못했다. 그 결과로 허리 수술도 받고 나인브릿지 클래식 이후 우승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못내 아쉽다"는 그는 "우승한 지 오래됐지만 지금도 응원해주는 팬들께는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인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