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흡과 개악/이강두 신한국당 의원(로터리)

평소에 학급에서 1등을 해오던 아들이 학기말 시험에서 3등을 했을 때 야단을 친다. 기대에 못미쳤을 뿐만 아니라 퇴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20등을 하던 아이가 10등을 하면 우리는 보통 칭찬을 한다. 학교 다닐 때 전교 1등만 했던 사람이라 아들의 10등을 미흡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라 할지라도 아들의 진전과 개선을 칭송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참 잘했다, 하면 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1등도 할 수 있다는 등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격려를 상상하게 된다.이처럼 현실이 목표로부터 후퇴했을 때 비난하고 비록 결과가 아직은 미흡하더라도 바라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을 때 칭찬을 한다. 어떤 행위의 결과가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에 접근했느냐 퇴보했느냐가 비판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노력한 결과가 궁극적인 목표에 접근했다면 아직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비록 열등하더라도 그 노력의 결과는 개선이고 발전이다. 현실적으로 능력과 자질이 갖추어져 있지 못한 사람에게 허황된 목표를 기준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비판을 위한 잣대의 기점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실천하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해 국제기구와 외국언론들이 이러쿵 저러쿵 비판하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협약이나 선진국 제도를 기준으로 우리의 노동관계 제도를 평가한다면 우리 것은 아직 미흡하다. 개정전에도 그랬고 개정한 것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개정내용이 선진국 수순으로 상당히 진전한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선진국 수준까지 단숨에 따라 가진 못했지만 우리 처지로서는 크게 개선시키고 발전시킨 것이지 결코 개악이 아니며 퇴보도 아니다. 20등 하던 학생이 1등은 못했지만 10등으로 올라간 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언론들은 노동조합에서 시위용으로 내세운 개악구호에 편승해서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내용이 크게 퇴보한 양, 점검해야 한다느니 심사하겠다느니 하는 고압적 자세가 불쾌하다. 그들이 우리의 경제사정을 자세히 파악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우리 노사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알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네들이 문제삼은 조항은 국내에서 별로 쟁점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모르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짓이 얄밉다. 게다가 외국의 이런 논평을 국내 분위기에 맞춰 왜곡하고 남의 말을 빌려 혼란을 선동하는 일부 국내언론의 행태는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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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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