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뇌 질환 치료 새 장 열어

레이저로 뇌에 약물 전달기술 세계 첫 개발<br>KAIST 최철희 교수팀


레이저를 이용해 신경약물을 원하는 뇌 부위에 안전하게 도달하게 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돼 뇌 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철희(43ㆍ사진) 교수팀은 극초단파 레이저빔을 1,000분의1초 동안 뇌혈관벽에 쪼이는 방법으로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투과성을 조절해 투여된 약물을 뇌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뇌혈관은 혈관 내피세포들이 마치 타일처럼 치밀하게 연결된 혈뇌장벽으로 이뤄져 있다. 혈뇌장벽은 포도당 같은 신진대사를 위한 물질은 통과시키지만 세균이나 화학물질 등 유해물질이 중추신경계 내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해 뇌를 보호한다. 그러나 혈뇌장벽은 수용성약품이나 단백질의약품 등 생리활성을 지닌 약물의 전달을 가로막아 뇌질환ㆍ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레이저빔을 약물이 들어 있는 혈관에 쪼이면 자극을 받은 혈뇌장벽이 수축ㆍ이완돼 수도관이 새는 것처럼 약물이 혈관 밖으로 흘러나와 뇌신경계 등으로 전달된다. 일시적으로 정지된 혈뇌장벽의 기능은 몇 분 뒤 다시 제 기능을 되찾는다. 최 교수는 "혈뇌장벽 때문에 약물전달이 원활하지 못해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내고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다"면서 "이번 기술은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기능만 변화시킴으로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레이저가 뇌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이 기술을 뇌와 구조가 비슷한 망막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망막은 주사 방식이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자칫 안구 전체로 약물이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를 통해 망막에만 약물을 투입해 노인성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에 적합하다. 최 교수는 "레이저를 통한 약물전달 기술을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다양한 작용기전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이 기술을 세포 수준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후속 임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의 저명 학술지인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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