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버슈팅한 정부의 카드정책

정부가 내놓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설득력과 일관성ㆍ예측가능성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정부가 고심 끝에 제시한 정책들이 국민들을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없고 일관된 철학이 없다면 그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그 정책이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경제정책과 관련된 경우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 예측될 수 없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이 같은 정부정책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 최근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정책일 것이다. IMF 이후 정부는 내수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관련규제들을 마구 풀었다. 근래 들어 부동산가격이 경악할 수준으로 뛰어오르자 정부는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했다. 부동산 버블의 해악이 국민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믿고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졸지에 투기꾼으로 전락하고 마는 현실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부동산대책에 설득력도 일관성도 예측가능성도 모두 결여됐다. 또 다른 예가 카드대책이다. 올들어 정부는 카드업계의 과당경쟁, 과소비 조장, 미성년자 발급 등을 들어 카드업계를 옥죄기 시작했다. 업계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현금서비스의 비중을 줄이게 하고 거리모집을 중단하게 했다. 업계가 대비하고 스스로 시정할 여유를 주지도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카드규제들을 쏟아부었다. 카드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일면 성공했는지는 모른다. 손과 발이 묶인 카드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조용해졌으니 말이다. 정부의 카드대책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카드로 인한 사회적인 비난여론이 비등했던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대책의 후유증으로 문제들이 속출할 조짐이다. 카드대출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돈을 갚을 길이 없으니 이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이 급속히 높아져가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최근 정부는 연체율이 높아지자 카드업계 임원들을 불러놓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내준 숙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업계로서는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숙제를 풀려면 연체율이 높아지고 당연히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대기업과 거대은행들의 경연장이 된 카드업계는 요즘 생존게임의 거친 환경을 맞이했다. 1~2년 내 몇개 카드사는 퇴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드업계로서는 정부의 규제에다 영업환경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벌써부터 연회비 면제, 무이자할부, 자동차 주유시 할인 등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에 돌입했다. 일부 후발주자들은 현재의 무한경쟁체제가 이어질 경우 중소형사들은 고사하면서 일부 대형사의 독과점이 심화돼 결국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 명확한 만큼 카드사들이 공생할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을 정부에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카드대책도 역시 설득력과 일관성ㆍ예측가능성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급격한 정책변화는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결국 정부는 들끓는 여론을 명분으로 성급한 카드대책을 마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돼가고 있다. 경제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차선이나 좀더 나은 개선이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차선과 개선에는 여론수렴과 업계의견 청취 등 보다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을 거치지만 성급하고 일관성 없는 대증요법보다는 백배 낫다. 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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