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일 vs 100일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 겁니까? 비난받을 때는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서더니 잠잠해지면 깜깜 무소식이고.” 서울 신림동에서 월셋집을 구하던 직장인 박모(28)씨는 최근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말만 믿고 수수료가 다시 낮아졌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중개업자가 달라진 것도 없고 수수료율을 낮춰도 얼마 내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순, 언론에는 건설교통부의 월세 중개수수료 인하 사실이 알려졌다.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산정 기준을 변경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 바뀐 수수료 산정 방식은 월세에 100을 곱한 뒤 보증금을 더해 일정 요율(0.2~0.8%)을 곱한 것으로 종전과 큰 차이가 난다. 이전까지는 보증금에 계약기간 월세를 모두 더하고 요율을 곱해 수수료를 책정했다. 이에 따라 수수료가 갑자기 2~3배 올랐다. 수수료가 변경된 것을 알지 못했던 월세 세입자들은 중개업소에서 계약서를 쓰며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건교부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다음날 밤 건교부는 긴급회의를 갖고 수수료 조정을 재검토하기로 결론을 냈다. 불과 하루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후 50일이 넘게 지났다. 하지만 건교부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아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건교부는 “마음만 먹으면 고치는 것은 금방”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건교부가 두 손 놓고 있는 사이 시장에서 세입자와 중개업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세입자들은 박씨처럼 수수료가 낮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라진 것이 없으니 말이다. 중개업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정된 내용대로 하려니 분쟁이 생기고 임의로 수수료를 낮게 받으려면 주변 업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월세 수수료 재조정 방침에 중개사협회는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시하고 있어 건교부가 생각한 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업계의 반발이 거세선지 건교부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벌써 두달이 지난 이번주에야 처음으로 모임이 열리고 일러야 6월 초에나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조정 방침 발표 이후 100여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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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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