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힐스테이트 서경 오픈] "골프로 제2의 인생 살고 있죠"

프로 되려면 퀄리파잉스쿨등 통과해야

카렌 스터플스

토비 도슨

박경호

카렌 스터플스, 마크 존스, 박경호(38ㆍ신한은행), 그리고 토비 도슨. 이 네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골프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골프가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로 부상하면서 기존의 직업을 버리고 골프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은 미국에 입양돼 스키 선수로 활약하며 지난해 토리노 동계올림픽 모굴 스키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도슨(28). 한국 아버지를 찾아 김수철이라는 한국 이름도 되찾고 한국관광공사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에 홀트아동복지회 홍보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스키를 그만두고 프로골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도슨은 “지난해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여름철동안 몸 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골프를 쳤는데 21초만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스키와 달리 4시간동안 몰입할 수 있는 골프의 매력에 빠져 제2의 직업으로 골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가 프로골퍼를 제2의 직업으로 택하게 된 데는 최경주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최경주가 역도선수에서 방향을 바꿔 골프 선수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도슨이 힘을 얻었기 때문. 취미로만 생각했던 지난해 여름에는 보기 플레이 수준의 골프를 쳤으나 맹연습을 시작한 이래 핸디캡이 크게 줄어 6까지 떨어졌다는 그는 부치 하먼의 동생인 빌에게 본격적으로 사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특기. 팜스프링스에서 살며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개최지인 미션힐스 골프장의 멤버로 그 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LPGA투어 프로이며 2004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터플스는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야 했던 골퍼. 영국 출신의 그녀는 주니어 시절 국가 대표까지 지내기도 했으나 아버지가 좋아하던 골프를 아예 끊고 동생은 배우던 체조를 그만두면서까지 뒷바라지할 정도로 집안 형편이 나빠지자 골퍼로서의 꿈을 접고 고향에 있는 식당에 웨이트레스로 취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스터플스는 인근 골프장의 한 회원이 끝까지 해보라며 약 2만 달러의 후원금을 내놓으면서 재기를 다지게 된다. 그 돈으로 98년 미국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응시, 공동 52위로 컨디셔널 시드를 받았던 그녀는 2004년 메이저 경기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어려운 시절을 겪은 그녀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상냥해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존스는 미국 PGA 시니어 투어에서 화제가 됐던 사람. 미국 맥주 트럭 운전사인 그는 6년 동안의 노력 끝에 2004년 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렌우드에 있는 맥주공장 H.올젠 버드와이저의 트럭 운전사였던 당시 챔피언스투어 전 경기 출전권과 함께 4만5,000달러의 상금을 챙겨 골프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수 많은 시니어들의 희망이 됐다. 그가 시니어투어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47세이던 지난 2001년 AT&T페블비치프로암대회 첫 라운드에서 2위를 한 이후라고 한다. 생계 유지를 위해 20년 가까이 몰아온 트럭 운전대를 놓지 않은 채 약 6년간 본격적으로 골프를 연마했다는 그는 당시 “사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나의 가능성을 믿었고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그들이 만약 나를 밀어주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는 맥주 배달부였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었다. 최근 국내에서 골프로 다시 인생을 사는 대표적인 인물은 티칭프로 박경호씨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농림부 사무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공무원을 그만둔 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골프 세계에 뛰어든 이색적인 인물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골프아카데미’에서 티칭프로 자격증을 딴 뒤 골프 컨설턴트로 전업,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최근 신한은행과 골프 자문 계약을 맺고 활동중이다. “70대가 돼 손자트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에이지 슈트(자기 나이와 같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를 하고 싶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평생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골프로 제2의 인생을 여는 법 투어 대회에 출전해 상금으로 생활을 하는 프로골퍼가 되려면 국내외 각 투어의 퀄리파잉스쿨 등 정해진 관문을 통과해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국내 남자 골프는 지난해부터 퀄리파잉(Q)스쿨 제도를 도입, 아마추어라도 한해에 준회원, 정회원, 투어 참가 시드까지 잇따라 획득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여자 프로골프의 경우 세미프로, 정규 프로 등의 자격 시험이 1년 단위로 치러져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일단 세미 프로골퍼가 된 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2부 투어 대회 등의 성적을 바탕으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10대, 20대의 젊은 골퍼들의 기량이 너무 좋아져 제2의 인생으로 택하기에는 난관이 너무나 높고 깊다. 그런 면에서는 박경호 프로처럼 티칭 프로골퍼로서 기업체의 고객 마케팅을 함께 하는 것이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기본적인 골프에 대한 노하우 외에 고객을 대하는 방법, 즉 고쳐야 할 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따로 익혀야 하는 셈이다. 그 외에 기업체에게 골프 마케팅 방법을 제시하고 선수를 관리해 후원 계약을 이끌어내는 등의 매니지먼트를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이 분야는 국내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이 넓지 않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