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고속철 '질주 본색'

印尼 프로젝트 수주… 글로벌 곳곳서 日 신칸센 아성 위협

"일대일로 핵심 수단 활용"

정부 전폭적 재정 지원 업고 美·英·유럽 등 공략 가속

아베노믹스는 타격 불가피



중국 고속철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을 따내며 선두주자인 일본 신칸센과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태세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일 일본을 방문 중인 소피안 잘릴 인도네시아 국토개발계획장관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중국에 발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재정부담과 채무보증 문제로 고속철 건설 포기를 고민했지만 중국이 차관 등 재정지원을 포함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며 추진 쪽으로 선회했다.

관련기사



중국 고속철은 이미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일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철도건설공사 컨소시엄이 건설을 맡은 터키 앙카라~이스탄불 간 533㎞의 고속철도가 개통했고 지난주에는 중국 철도기업과 인도 현지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뉴델리~뭄바이 간 1,200㎞ 고속철도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 낙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기간에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간 370㎞ 고속철도 건설과 관리를 위한 합자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오는 10월20~23일 영국 국빈방문 기간에는 런던과 버밍엄 등을 연결하는 고속철 HS2((High Speed 2) 건설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중국 고속철 성장의 바탕에는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깔려 있다. 심지어 리커창 총리는 해외순방의 제1목적을 고속철 수주에 둘 정도다. 지난 2009년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진흥책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각종 기술과 부품 국산화로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다양한 국내 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아왔다. 2012년 12월 개통된 세계 최장의 베이징~광저우 고속철도는 전체 길이 2,298㎞로 두 도시 간 거리를 8시간으로 단축하며 중국 대륙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등 중국은 4종4횡으로 고속철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중국의 현재 고속철 일 평균 운행횟수는 2,500회, 일 평균 이용객은 249만명에 이른다.

고속철 해외진출은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 구축에는 중국 내륙과 베트남~ 미얀마~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아시아노선, 키르키스스탄을 거쳐 터키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 노선, 카자흐스탄~모스크바~베를린~런던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노선을 고속철로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미 유럽 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러시아 고속철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중국의 거센 도전이 일본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프라 수출을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은 아베 신조 정권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3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일 당시에도 1,400억엔 규모의 엔 차관 제공 의사를 표명하는 등 고속철 수출에 공을 들여왔다. 대규모 융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운 중국이 고속철도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함에 따라 기술을 앞세워온 일본의 고속철 수출전략은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