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규제가 많다 보니…(사설)

종합상사들의 소비재수입 자제 움직임이 선진국과의 통상마찰로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재벌기업들이 국제수지개선을 위해 소비재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자 미국과 유럽연합(EU)국가들이 정부의 영향력 행사때문이라고 오해, 정부에 항의성 압력을 넣고 있다.규제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외국인의 눈에는 민간 자율도 간섭과 규제로 비치는 모양이다. 우리의 무역구조나 경상수지 적자 확대내역을 보면 경제 위기의 실체를 금방 알 수 있다. 위기의 본질을 아는 정부라면 규제와 지원을 강화하고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수입을 억제해야 할 형편이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2백6억달러로 95년에 비해 2배이상 늘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수출이 전년에 비해 3.7% 증가한데 비해 수입이 11.3%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내수용 소비재 수입이 24.5%나 늘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이 절박한 사정을 보고도 어느 정부인들 과소비 억제와 수입억제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체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정부가 수입을 규제하거나 직접 개입할 만한 손발이 묶여 속앓이를 해오고 있을 뿐이다. 마침 재계가 스스로 나서서 소비재 수입을 자제하고 수출을 늘려 보겠다고 했다. 그도 재벌들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무역적자를 확대시키면서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웠다는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소비재 수입자제를 선언한 것이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민간의 자율적인 자구운동이다. 그럼에도 선진국은 감당하기 어려운 무역적자국의 사정을 이해하고 협조는 못할망정 민간 자율까지 트집을 잡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한해 1백10억달러 이상 무역적자를 낸 나라에 더 적자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엉망이 되면 시장도 축소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은 한국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또 정부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규제와 간섭으로 경제활동을 좌지우지 해왔다. 오죽했으면 규제 천국으로 낙인 찍혔을까. 규제의 틀 속에서는 민간 자율과 창의가 살아나지 않는다. 이번만 해도 규제왕국의 오명을 벗지 못한데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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