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2일] 상생의 오블리주

식물의 3분의1은 곤충의 수분(受粉)활동으로 열매를 맺고 그 가운데 80% 정도는 꿀벌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사과ㆍ딸기ㆍ호박ㆍ오이ㆍ땅콩 등 인간이 먹는 작물의 90%는 꿀벌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여기서 우리는 꿀벌과 자연, 꿀벌과 인간 사이의 공생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에 사라진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꿀벌처럼 상대적인 크기는 작지만 그 역할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를 우리 주위에서 찾는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 저변에서 고용창출ㆍ기술혁신ㆍ균형발전을 이끌며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서 ‘중소기업은 9988’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중소기업 중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의 비중은 65%에 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과 중소기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어느 일방의 일만이 아닐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사회적 명예에 상응하는 가진 자의 의무를 뜻한다면 사회생태계의 공존과 상생의 관계 속에서 경제주체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공존과 지속발전을 위한 의무(Oblige)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 지식경제부와 전경련 공동으로 상생협력주간을 개최하는 등 여러 곳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납품단가ㆍ대금결제조건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기업은 납품단가 조정, 결제조건 개선, 공동기술개발 등을 통해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은행도 보다 유연한 태도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우수기술보유 업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은행과 대기업은 상생협력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발행 등과 같은 중소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말처럼 세상 모든 만물은 서로 의지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들 간에는 서로의 성장을 북돋우는 상생의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상생의 오블리주’가 살아 숨쉬는 따뜻한 시장 경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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