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9월 4일] 재건축이 뭐기에

“조금만 기다리면 규제가 더 풀려 가격이 오르고 세금도 덜 낼 텐데 지금 왜 팝니까.”(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 “급매물로 시세보다 훨씬 더 싸게 내놓았는데도 도무지 팔리지가 않네요.”(경기 용인 아파트 소유주)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한편에서는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세에 비해 10~20%씩 싸게 매물을 내놓아도 찾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현상에는 거래중단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지역에 따라 거래가 끊긴 사연은 제각각이다. 현 정부가 수도권 개발보다는 도심개발과 재건축에 비중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울 도심과 강남, 그리고 수도권 외곽으로 나뉘어 희비가 엇갈리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주 초 발표된 세제개편으로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큰 혜택을 받았다.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이래서 대선에서 MB를 찍었지”라며 매우 흡족해 했다. 반면 수도권 외곽의 주택 소유자들은 세제개편에서 ‘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 때문에 경기도 외곽의 용인ㆍ김포ㆍ파주 등 외지인 투자자가 많았던 곳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이 더 떨어지게 됐다면서 울상이다. 이런 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재건축규제의 추가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은 온통 강남 재건축단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자리에서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언뜻 재건축과 일자리 창출이 무슨 관계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지만 이후 재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하라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언론들은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이 같은 이 대통령 발언 이후 비서실이 나서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 ‘8ㆍ21대책’을 조속하게 정비해 빠른 시일 내에 주택공급 확충과 일자리 창출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라”는 의미라는 보도 참고자료까지 냈지만 시장은 이미 추가 규제완화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참여정부시절 우리는 강남 재건축을 겨냥해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며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가 결국 집값 폭등 사태를 맞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지금 그 후폭풍으로 부동산시장 전체가 극심한 침체를 맞고 있다. 강남 재건축은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정부까지 나서 한 지역에 편향된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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