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영국 버킹엄궁 '돈 받고 만찬 제공'… 상업화 논란

영국 왕실이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연회를 베푼 사실을 두고 왕실의 '상업화(commercialization)'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FT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30일 100여명의 전세계 유명 기업가 및 고위 정치인들과 함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남인 '요크공' 앤드루 왕자가 주최한 저녁 만찬에 초대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및 라탄 타타 인도 타타그룹 회장 등도 동석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로열필하모닉 관현악단과 로열발레단 공연이 곁들여진 이 만찬이 공짜였다고 했으나 왕실과 JP모건 측은 상당한 대가와 기부금을 냈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은 지난 22일 "요크공이 베푼 연회는 영국 재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거물들과 영국을 '연결(engage)'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T는 "왕실 영지(버킹엄궁)를 이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명백한 상업화일 뿐 아니라 지나친 기업친화적 태도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역시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에 하루 3만파운드 가격에 세인트제임스궁을 기업가들에게 대여한 사실도 비판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영국 노동당 소속 키스 바즈 하원 내무위원장은 "왕실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왕실 만찬은 매매대상이 아니라 특권이어야 한다"며 "버킹엄궁은 '여왕의 처소'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고 왕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외무역청 통상투자 대사를 지낸 요크공이 평소 기업가들과 유달리 친분이 깊은 점도 이번 만찬을 빌미로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FT는 블레어 전 총리나 만찬의 기획자인 데이비드 메이휴가 JP모건의 고문임을 거론하며 "이들과 절친한 앤드루 왕자는 재계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재작년 통상대사직에서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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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동당 소속 폴 플린 하원 의원은 "왕실 소유지를 개방하는 것은 왕실 재정의 국민세금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라면서 "관광객들에게 왕궁을 빌려준다면 연 1억파운드 정도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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