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먼 사태 5년… 다시 시험대 오른 글로벌 금융시장

고위험 자산 크게 줄었지만 그림자금융 등 암초 여전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출구전략이라는 새 폭풍이 시장을 강타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출구전략이 실행에 옮겨지더라도 세계 금융시스템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5년 전에 비해 안정돼 있고 거대 금융기관들의 고위험 자산규모도 크게 줄어 ‘공황’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 리먼 사태 이후 5년간 자산 수익률 면에서 주식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자들이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그림자금융 등 암초가 여전해 출구전략이 위기재발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글로벌 주요 16개 금융기관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레벨3’ 자산은 올해 6월 기준 4,716억달러로 5년 전(1조2,047억달러)에 비해 61%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레벨3 자산은 현금화가 어렵고 부실 정도가 심해 가치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없는 자산을 의미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국 금융규제당국이 규제강화에 협조하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이 일정 부분 안정을 되찾았다”고 분석했다. 자기자본에 대한 고위험 자산비율도 최고 141%에서 34%로 크게 떨어졌다. 세계 증시 동향을 나타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위기 직전보다 약 20% 뛰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제조업 등 펀더멘털이 탄탄한 독일·한국과 견조한 회복세로 돌아선 미국의 주가상승률이 30%대로 높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출구전략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리먼 사태의 교훈을 기억하라며 “공황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투자자들은 주식과 투자부적격 채권(정크본드) 시장에서 발을 빼 안전자산인 채권시장 등으로 달아나며 증시폭락을 주도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6개월 뒤인 이듬해 3월까지 57%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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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지난 5년 동안 S&P500지수는 50% 넘게 반등했지만 미 국채 투자수익률은 20%에 불과했다”면서 “주식시장에 남아 있던 투자자들이 결국 미소를 지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FT는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다음 위기는 금리상승(채권값 하락)이 될 것”이라는 아트 스타인메츠 오펜하이머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말을 전하며 공포에 질려 성급하게 주식시장에서 발을 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FT는 다만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진짜로 회복되고 있는지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불확실성이 큰 현재로서는 주식·채권 등 자산의 미래 투자수익률을 점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안정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위험요인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로드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FSA) 의장은 “리먼 사태를 불러온 시장의 위험자산 투자성향은 현재 임시로 봉인돼 있을 뿐”이라며 지난 5년간의 규제개혁은 시장의 탐욕을 완전히 억누를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당국의 눈을 벗어나 위험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60조달러(2011년 말 기준)로만 추산될 뿐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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