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평등 얼굴 사회'

한 젊은 아가씨가 동네 슈퍼마켓에서 라면 한봉지, 우유 한팩, 고등어 캔 하나, 양말 한켤레, 그리고 비누ㆍ치약ㆍ칫솔을 각각 1개씩 구입했다. 계산대의 젊은 총각이 계산을 하면서 물었다. “아가씨 혼자 사시지요?” 그 아가씨는 잘생긴 총각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지레짐작하고는 되물었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물건 사는 것을 보고 그러시는 거죠?” 총각은 대답했다. “아뇨 못생겨서요.” 이상은 한 일간지의 유머 코너에 난 기사이다. 다음은 정반대의 이야기이다. 세상 어느 곳에 절대 평등을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가 생겼다. 평등을 위배하거나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든 고발하면 당국은 문제를 해결해줬다. 사실 모든 나라에는 보기에 따라 매우 잘생긴 소수와 평범한 다수와 좀 못생긴 소수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날 돈도 없고 못생긴 몇몇 여인들이 잘생긴 여인들 때문에 질투를 느낀다고 당국에 진정을 했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덩달아 합세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굴의 평등을 담당하는 정부부처, 즉 ‘얼굴정의국(Ministry of Facial Justice)’을 신설했다. 얼굴정의국은 즉각 모든 여인들은 얼굴이 똑같아야 한다는 법령을 선포한다. 그러자 잘생긴 여인들은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돈을 들여 못난이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그 나라에는 잘생긴 여인들은 사라졌고 시기의 대상이 사라져버리자 모든 여인들은 못생겼지만 행복한 평등사회가 됐다. 그러나 한 남자는 가난하지만 얼굴이 예쁜 한 여인을 사랑했다. 정부는 못난이 성형수술을 할 돈이 없는 그 여인에게 강압적으로 못난이 수술을 강행했다. 여인의 바뀐 얼굴을 본 남자는 여인을 떠났다. 이상은 영국 작가 레슬리 하틀리(L P Hartleyㆍ1895-1972)가 시기심을 일으킬 잘난 사람도 없고 질투를 할 못난 사람도 없는 사회의 모습을 그린 소설 ‘얼굴의 정의(Facial Justice,ㆍ1960)’의 줄거리다. 미국 여류작가 에인 랜드(Ayn Rand, 1905-1982)도 소설 ‘아틀라스(Atlas Shruggedㆍ1957)’에서 기회균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사회의 모습이 어떤지를 묘사했다. 예컨대 평범한 작가의 소설이 잘 안 팔리는 이유는 독자층은 한정돼 있는데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만 너무 많이 팔리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정부 당국은 기회균등법을 문학에 적용시켜 어떤 책이든 판매 부수를 10,000권으로 제한하는 법을 마련한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평범한 다른 작가의 소설이라도 보게 된다는 논리이다. 그 결과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만 10,000권 팔렸고 다른 책들은 재고로 쌓여 결국 서점 주인은 장사가 안 돼 폐업한다. 서구사회가 추구한 두 가지 정의는 자유와 평등이다. 평생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봉쇄 수도원이나 사막의 움막 스케테(skete)에 자유의지로 은거하는 수도사들 외에는 거주이전과 자유의 금지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것도 없다. 쉽게 말해 출국 금지나 인식 구속은 개인에게 그런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평민과 노예와 노비가 군주와 귀족과 양반에게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행복하게 살려면 자유로만으로는 안 된다. 내부적으로 평등하고 또 기회균등도 보장돼야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하틀리와 랜드의 소설이 주는 교훈은 이 세상에 절대적 자유가 없듯이 절대적 평등은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못생긴 책임이 잘생긴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듯 지방이 못사는 이유를 수도권으로의 집중과 발전으로 보고 공기업의 지방 이전과 수도권 규제로 지방을 살리자는 이론은 현실성이 없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라는 논리는 오히려 지방 사람들의 신분 상승 욕구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것도 글로벌 시대에 말이다. 분권시대 지방은 수도권 규제 논리가 아니라 수도권과의 협력 및 자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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