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각료이사회는 뇌물방지 협약에 합의했다. 국제간의 상거래에 있어서 외국의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발본색원하자는 것이다. 날로 치열해 지고있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뇌물추방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반부패 라운드」의 시동이다.이에따라 회원국은 형사처벌을 위한 국제협약을 올 연말까지 타결지어야 한다. 또 내년 4월1일까지는 입법안을 각국 의회에 제출, 법제화해야 한다. 시행시기는 내년말부터다.
우리나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한보사태 등으로 국제적인 신인도가 추락해 있는 판국에 머뭇거리다가는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이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통산부·전경련 공동의 「OECD 뇌물방지 규범의 영향과 대책」세미나는 반부패 라운드 시대에 우리기업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본지 19일자 5면 보도
세미나에서도 지적됐지만 반부패 라운드와 관련,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해외영업을 하는 우리기업과 기업인들이다. 지금까지 우리기업들은 해외사업이나 외국정부의 구매입찰시 뇌물로부터 그렇게 자유로웠다고 할 수 없다. 이제 커미션이나 리베이트라는 명목의 뇌물 관행에서 벗어 날 때가 온 것이다.
OECD는 뇌물공여 행위를 무겁게 제재하자는 쪽이다. 특히 건설이나 통신 등과 같은 대규모 국제계약사업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또 해외부패 관행에 연루돼 있음이 밝혀 질 경우에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가 없게된다. 반부패 라운드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로 확산 돼 나갈 조짐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우리기업들이 반부패 라운드를 「피해가야 할 법망」으로 인식하다가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내영업은 물론 해외영업에서도 부패관행에 의존하지 않는 떳떳한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기업경영, 본질적인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형사처벌에만 주안을 두지 말고 뇌물일 가능성이 있는 세법상의 기밀비, 접대비 항목을 분명히 다루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접대비의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며 기밀비의 한도액도 축소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국제간 거래에 있어서 뇌물을 받는 쪽의 입장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부정책은 투명하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적법이라는 절차를 꼭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