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IT업계 새판짜기]<下>판도재편 도미노

"경기침체서 살아남자" M&A열풍 거세질듯"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된 100대 정보통신(IT) 기업 중 절반 가량이 앞으로 5년 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간판 IT 기업이자 나스닥 1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시스코 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CEO) 존 체임버스가 지난 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세계 경제 침체와 자본투자에 대한 삭감이 IT 산업 전반에 엄청난 재편 압력을 몰고 와 파산 및 기업간 인수ㆍ합병(M&A) 열풍이 몰아 닥칠 것"이라면서 "휴렛패커드와 컴팩 컴퓨터의 합병은 이 같은 업계 재편의 첫 신호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판도 재편이 도미노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 IT 업계 M&A 봇물 예상 IT 업계의 합병 도미노 및 업계 재편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M&A에 따른 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통신부문을 제외하면 휴렛패커드ㆍ컴팩과 같은 대규모의 빅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업체와 광범위한 범위의 소프트웨어 업체 그리고 서비스 업체간의 빅딜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하고 있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의 테크놀로지 분석가인 롭 엔덜레는 "몇몇 대규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불황으로 취약해졌기 때문에 시스코 시스템스나 IBM과 같은 테크놀로지 대기업의 인수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막스는 자신의 회사조차 산미나, SCI 시스템스, 솔렉트론 등을 흡수하기 위해 기회를 엿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야후와 아마존에 대한 M&A가 IT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마존의 주가는 최근 52주 최고가에서 8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만일 마이크로소프트ㆍ소니ㆍ비방디ㆍAOL타임워너ㆍ디즈니 등에 의한 이들 기업 인수가 이뤄질 경우 세계 IT 업계는 이제와는 180도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업계 재편 따른 파급효과 막대 휴렛패커드의 컴팩 인수와 같은 정상급 기업간 합병에 의한 업계 재편은 부품조달업체 등 관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장 휴렛패커드와 컴팩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위치한 싱가포르는 대규모 감원 태풍을 맞을 것으로 보이며 이들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을 해온 하청기업들은 대규모 재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실제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휴렛패커드와 컴팩의 합병 주도권을 누가 쥐었느냐에 의해 타이완 업체 중 데스크톱 PC를 생산하는 FIC와 노트북을 생산하는 콴타 등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아리마(노트북 생산), 미탁(데스크톱 PC) 등은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는 등 하루 아침에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정상급 업체간 빅딜이 연이어 이뤄질 경우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의 인력 재조정은 물론 부품공급업체 등 하부기업간 판도 역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 업계 재편 도미노 전문가들은 95년 항공우주업체인 록히드사가 마틴 마리에타사를 인수하고 98년 자동차 메이커인 크라이슬러와 다임러가 합병한 이후 나타난 합병 도미노 및 이에 따른 업계 재편이 조만간 자동차 등 전업종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는 9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났던 항공우주ㆍ자동차ㆍ철강 등의 빅딜 및 이에 따른 판도 변화가 불투명한 경제 환경 및 주가 하락 등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등 판도 재편과 관련한 재료가 많은 상태다. 물론 90년대 마쓰다ㆍ닛산ㆍ미쓰비시 자동차의 서구기업에 의한 M&A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급격한 수요 둔화, 미 빅3의 급격한 시장점유율 감소, 유럽 및 일본 업체의 부상 등으로 업계 재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경우에서 보듯 주력 사업의 변경에 의한 업계 재편도 실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GE는 항공기 엔진 등 마진이 낮은 제조업에서 GE 캐피털을 비롯한 서비스업으로의 변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GE와 같은 공룡기업이 주력 사업을 변경할 경우 이와 관련된 업종은 상당한 재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구영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