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FRB금리인하' 빠르고 유연한 조치

[세계의 사설] 'FRB금리인하' 빠르고 유연한 조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5% 포인트 인하 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신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종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동안의 혼동 상태를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경제를 전망하는 분위기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는 2001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4%대로 전망하더니 12월에는 2.5%로 줄어버렸다. 2000마지막에는 '미국 경제 불황인가?'라는 보고서까지 냈다. 물론 불황이라는 것은 대부분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다. 만약 예상할 수 있었다면 금융 정책 담당자들은 불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경우 좀 예외적이다. FRB는 12월 초만해도 긴축 정책을 고려하더니 같은 달 19일에는 완화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그로부터 2주 후,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이처럼 정책 방향을 빠르게 바꾼 것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명성을 떨어뜨린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린스펀 의장이 발생하는 사건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3일 FRB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처럼 이번 조치는 '매출과 생산의 감소세 심화, 소비자 심리의 위축, 일부 금융권의 불안 요인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가정과 기업의 구매력 약화 조짐이 나타나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됐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다. 이번 조치를 행한 이유는 합리적이지만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첫번째는 FRB의 금리인하가 너무 늦은 데다 아직도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FRB는 연방기금금리를 0,5% 포인트나 인하했지만 아직도 연 6%포인트로 지난해 6월의 금리 수준과 같은 수치다. 이번 조치에 미국 증권가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민간경제부문도 같은 수준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은 지난 98년 가을과는 다르다. 이번에 경제약화는 민간부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민간부문에서 해결돼야 한다. 재정정책은 고무줄로 벽돌을 묶어 잡아당기는 것에 자주 비유되곤 했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벽돌이 튀어 오른다. 미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민간부문이 투자와 소비를 계속하도록 하려면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지 모른다. 두번째는 금리 인하조치가 너무 빨리 영향력을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다. 즉 FRB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언제나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확신에 고무된 나머지 주가가 치솟고 민간 부문이 예전의 방탕한 생활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FRB의 조치는 위기의 순간을 연기시킨 것일 뿐, 오히려 미래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쪽의 위험이 더 큰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쪽으로 잘못 판단했건 FRB는 최소한 유연성을 보여줬다. 정책 결정의 유연함이 사람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사항이다. 그 어떤 중앙은행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FRB는 적어도 실수로부터 재빨리 배웠다. <파이낸셜 타임스 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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