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13일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묻는 질문에 “현재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지난해 4ㆍ4분기보다 좋을지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불과 이달 초까지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해 4ㆍ4분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언했던 모습과 딴판이다.
정부가 올해 경기의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될 1ㆍ4분기 GDP 성장률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는 것은 심리지표와 실물지표간 괴리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기회복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거는 기대만큼 실제 경기상황이 따라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 간극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소비심리지표만 놓고 보면 경기는 기대 이상으로 살아나 있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2.2로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향후 소비를 늘이겠다는 응답자와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같은 비율)을 넘어섰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에 대한 선행지표로 미래경기에 대한 밝은 전망을 보여준다. 낙관적 심리는 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난다.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17.6으로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하지만 실물지표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실물지표는 생산ㆍ소비ㆍ투자 등의 현 경기를 드러내는 지표로 판단할 수 있다. 소비 부문의 실물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지난 2월에 전년 동월보다 1.6%나 급감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올 1월 14.2%에서 2월에는 마이너스 7.3%로 곤두박질쳤다. 무엇보다 실업률이 2월에도 4.0%를 기록하는 등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게 문제다.
경기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토끼 걸음을 하고 있는데 정작 실물현장은 거북이 걸음을 계속하는 왜곡된 경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심리지표가 올라가는 것은 실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극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심리와 실물지표간 괴리가 경기 전반에 착시(錯視)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도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이 같은 과오를 범했고 경기는 결국 ‘더블딥(일시 상승 후 재하강)’으로 이어졌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한편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대를 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