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ㆍ통일신라 시대에 걸쳐 서울 지역 유적지에서 토기는 많이 출토됐지만 그릇을 굽던 가마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1973년 관악구 소재 '남현동 요지(窯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대의 제작 시스템이 일부 드러났다. 이 가마터는 당초에는 한성백제 시대로 생각됐다. 1976년 사적 지정 때 이름도 '사당동 백제요지'라고 붙었다. 하지만 곧 반론에 부딪혔다. 출토된 유물이 신라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수정했다. 행정구역이 사당동서 남현동으로 바뀐 것을 포함, 2011년 7월 이름을 '남현동 요지'로 변경했다. 그리고 문화재로 소개할 때 백제 유적이라는 것과 함께 9세기 통일신라 말기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통일신라 유적이라면 이 시기 한강하류 지역이 삼국시대 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벗어나 문화적으로 성숙해가고 있는 증표로 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유적지 전체가 방치상태인 것은 변함이 없다. 사진은 '남현동 요지'의 현재 모습. 관악산 북쪽 자락에서 이어진 구릉에 건물들 사이로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길가의 사적지 팻말만이 고대유적임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