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불법 보조금의 그늘

연초부터 불법 보조금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예외 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시내 곳곳에서 ‘최신 휴대폰 완전 공짜’라는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불법 보조금은 소비자들이 이통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혜택이다. 그러나 통신위원회에서는 불법이라고 막으니 소비자로서는 불만이 쌓일 법도 하다. 불법 보조금은 모든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재원으로 휴대폰을 산 사람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는 것이다. 그나마 휴대폰을 산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산 사람만 혜택을 얻는다. 그래서 차라리 모든 고객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요금을 내리고 마케팅경쟁을 자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불법 보조금경쟁을 벌이더라도 요금을 인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성장을 중시하는 기업의 성격상 매출 및 이익 감소를 동시에 가져오는 요금 인하보다는 수익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불법 보조금쪽이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보조금을 쓰면 가입자 기반도 늘릴 수 있는 탓에 불법 보조금에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런 구도는 소비자들로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상관없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통사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무약정제도를 통해 일정한 금액을 몇 년간 사용한다고 약속한 고객을 대상으로 휴대폰을 싸게 공급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사용 금액을 세분화하는 대신 금액에 따라 휴대폰 가격을 차별화 한다면 이통사로서는 안정적인 매출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소비자는 휴대폰 가격을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요금제도와 휴대폰 가격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로서는 보다 매력적인 요금제를 내놓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부담한 요금으로 다른 사람의 휴대폰값을 보조해주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