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초고화질(UHD)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유료 방송업계와 가전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유료방송업계는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UHD TV 실험ㆍ시범 방송을 시작했고, 가전업체들은 보급형 UHD TV의 가격을 낮추는 등 UHD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현재 30억달러 규모의 전세계 UHD TV 시장이 2020년 235억 달러로, 국내 역시 100억원에서 6,053억원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UHD 시장에서 한 발 앞서 있는 케이블방송업체들은 지난달 17일 권역별 6개 가구에 UHD 방송 전용 채널을 개설하고 세계 최초로 가정용 UHD TV 시범방송을 개시했다. 이들은 당초 목표였던 2015년 상용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당기기 위해 약 7,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가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셋톱박스 내장형 UHD TV를 선보이고, 2015년 UHD 셋톱박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UHD TV 실험방송을 시작한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전국에 실험방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광역성과 무선망을 앞세워 UHD 시장공략에 나선다.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천리안 위성으로 실험방송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시범방송,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화성 스카이라이프 연구개발 캠프장은 "내년 시범방송은 무궁화 위성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전업체들도 UHD TV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등에서 저가 UHD TV를 쏟아내는 등 공세를 펼치자 LG전자는 지난 12일부터 무빙스피커, 카메라 등 일부 기능을 빼는 대신 가격을 낮춘 UHD TV를 선보였다. 보급형 제품의 경우 65인치는 890만원, 55인치는 590만원으로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150~2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삼성전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UHD TV의 가격을 내릴 계획이다. 또 양사는 케이블방송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셋톱박스 내장형 UHD TV 출시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UHD 시장의 장미빛 미래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지상파 주파수 배정과 UHD 콘텐츠 수급, 기술표준화 등이다. 현재 유료방송업계와 달리 지상파는 방송 주파수가 없어 UHD 방송 송출을 시험하는 단계에 있다. 최근 지상파 측은 유료방송보다 지상파에서 먼저 UHD TV를 서비스해야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700Mhz 대역이 확보되지 않으면 UHD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 콘텐츠의 70% 이상을 제공하는 지상파의 주파수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UHD 방송 콘텐츠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업계는 주문형비디오(VOD) 제공업체 홈초이스와 협약을 맺고 UHD용 VOD를 공급받기로 했다. 또 방송 콘텐츠 수급을 위해 2016년까지 약 800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부족으로 실패를 맛본 3차원(3D) 채널 사업을 교훈으로 삼아 콘텐츠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자체 제작한 UHD 다큐멘터리 '울트라 오브 코리아'로 실험방송을 진행하고, 자회사인 한국HD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과 공동 제작으로 콘텐츠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전업체들도 UHD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지난 6일 KBS와 함께 내년까지 UHD 화질의 다큐멘터리 'KBS 글로벌 대기획 요리인류(8부작)'를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함께 제작한 UHD 콘텐츠 'KBS 문명대기획 색(4부작)'에 이어 두 번째다. @sec.co.kr
◇UHD: 초고화질(울트라 HD)을 의미하며 기존 고화질(HD) TV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다채널 오디오를 구현하는 방송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