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이미지 새롭게 가꿔라" 대기업들 PI 전담조직 신설·보강등 대대적 작업 잇따라이건희·정몽구 회장 글로벌 경영등에 초점구본무 회장 '고객가치창출' 선두주자 부각최태원회장 '젊음' 김승연회장은 '가족' 강조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이건희 회장은 엽기토끼.' 지난달 중순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을 찾았을 때 머리에 쓴 귀마개 때문이었다. 명품 귀마개도 화제였지만 정작 누리꾼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귀엽다""엽기토끼 같아여" 등의 반응에 이 회장의 PI(President Identityㆍ이미지 홍보) 담당자들은 깜짝 놀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의 도덕적 의무)'를 거론하며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명품 귀마개가 이 회장의 이미지를 일반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만들었다는 뜻밖의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 대기업 비서실에는 "회장님의 이미지를 새롭게 가꾸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이를 위해 PI 전담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보강하는가 하면 기존의 사회공헌 등 경영 외적인 면에 집중했던 것을 현장경영 등 직접적인 경영능력과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글로벌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 회장의 PI를 비서팀과 전략기획실 홍보팀에서 공동으로 맡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의 이미지가 미래예측경영자ㆍ창조경영 등 경영화두 제시와 같이 정형화됐다면 올 들어서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글로벌 경영 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의 경우 이 회장이 삼성 회장뿐만 아니라 IOC 위원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이미지는 '현장경영'. 지난해 파업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들어 해외 현장경영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글로벌 현장경영을 진두지휘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언론에 비치는 정 회장의 사진이 대부분 작업복에 작업모 차림인 것도 현장경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새롭게 구성된 홍보조직은 정 회장의 PI 개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1등 LG'에서 '고객가치창출'의 선두주자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구 회장은 매년 8월 열리는 글로벌CEO전략회의를 연초로 앞당겨 고객가치경영 성과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독려하며 공식ㆍ비공식 행사에서는 항상 고객을 '화두'로 삼고 있다. 또 계열사 CEO들이 모이는 전략회의나 임직원들과의 만남시 넥타이 차림보다는 노타이로 활동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PI 전담조직 구성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SK㈜ 홍보팀 소속 부장을 비서팀으로 합류시키며 최 회장의 PI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최 회장의 PI는 상대적으로 젊은 회장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젊음과 패기'나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췄다. 최 회장은 지난해 앞치마를 두르고 쿠키를 굽는 모습부터 집짓기 봉사 등으로 언론에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공헌보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뛰고 있는 모습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지난달 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초청 강연에서 'SK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대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기업 알리기에 직접 나서며 글로벌 CEO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운 게 단적인 사례다. 한화그룹도 PI의 전문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 홍보실 내에 김승연 회장의 PI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언론에 비치는 김 회장의 모습을 꼼꼼히 체크한다. 최근에는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 후보에 거론되는 만큼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가 승마 마장마술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김 회장의 부정(父精)에 대한 자료나 최근 '기러기 아빠'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올라 다소 왜곡됐던 김 회장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PI는 회장 개인의 홍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뢰할 만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PI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3/05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