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 임금동결은 共生의 지혜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기업의 임금동결은 당면한 경제난 타개는 물론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적극 추진돼야 할 과제다. 비록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지불능력 범위 내에서 가급적 많은 임금을 받고자 하는 것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좀 더 큰 안목에서 보면 마냥 임금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해당 기업은 물론 경제전체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국내 대기업의 임금수준은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고 이 같은 높은 임금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금수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지나친 격차는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에 갈수록 인력난과 기술난을 가중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부품과 원자재 생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 결국 그 피해는 대기업에도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건실한 중소기업의 뒷받침 없이 대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5곳 가운데 한군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기업의 경영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 있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을 선도할 경우 기업의 경영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경제난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 이런 면에서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서도 임금을 동결한 포스코의 결단은 매우 높이 평가돼야 한다. 또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은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임시직을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규직의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을 뿐더러 신규채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도입됐으나 이제 그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같은 노동자로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지나친 차별은 생산성 제고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근로자간의 유대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이 양보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몫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의 비정규직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임금동결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공기업을 중심으로 솔선 수범하는 한편 집값 등 물가안정과 임금동결기업에 대한 세제 및 행정지원 등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경제난이 풀릴 때까지 만이라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대기업 노조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안정을 위해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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