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全한은총재] "기업, 정부의존 피터팬증후군 벗어라"

全총재는 특히 일부기업에서 회계장부 조작에 의한 탈세와 뇌물로 이윤을 얻으려는 행위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비합법적·독점적 이익 추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임금과 금리 등이 올라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임금이 오른다 해도 생산성을 높여 단위노동비용을 낮춘다면 경쟁력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자동차투자 확대, 인력관리체제 개선 등을 촉구했다.全총재는 15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회현로타리클럽 초청 조찬강연에서 「한국경제의 현황과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한은총재 부임전 충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진보적 시각을 가진 경제학자로 알려졌던 全총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변의 경제학자 그룹인 중경회(重經會)의 핵심. 그의 발언은 정권핵심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金대통령의 저서 「대중경제론」의 집필에도 자문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이날 강연의 요점이 대중경제론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 많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全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는 영미식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은 「엄격한 법치주의·근검절약·자기책임·청부주의(淸富主義)」에 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내용. 全총재는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고 강렬한 어투를 이어나갔다. ◇당면과제, 영미식 자본주의로의 이행= 싫던 좋던 효율성이 검증된 유일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노사가 참여하는 경영협의회 위주의 유럽식 자본주의는 산업평화를 달성했지만 고실업을 야기하는 단점이 있다. 유럽국가들이 평균 10%이상의 실업률을 기록중인 가운데 영미식을 도입한 네덜란드는 실업률 6%대의 고성장을 구가중이다. 다만 고용불안정이라는 큰 결함을 갖고 있는 영미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 효율적 경제체제 구축을 위한 과제는 빠른 속도의 구조조정 물가안정 금융시장 안정 회복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순이다. ◇반(反)시장주의, 피터팬 증후군= 몸은 어른이지만 어린이로서 대우와 보호를 받고자 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기업은 임금과 금리가 올라 경영이 어렵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한다. 그러나 임금이 오른다고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되는 게 아니다. 임금상승을 초과하는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 회계장부조작, 뇌물 등에 의존해온 구태에서 벗어나 효율 위주의 경영이 정착되어야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익만을 기대하고 위험과 손실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고위험 고수익을 원칙으로 한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성립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 과연 어느 선에서 고수익과 고위험을 감수할 것인지가 바로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며 선택은 시장참가자들의 몫이다. 정부와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시장과 가격이 제기능을 수행토록 유도하는데 있을 뿐이다.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유도하는 기능을 갖는 가격을 명령할 때 결과는 경제는 죽게 돼 있다. 사회주의 실패가 교훈이다.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 경제학의 기본은 두가지.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며 공짜란 없다는 것이다. 고성장과 저물가, 경상수지 흑자하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도 환상이다. 고성장을 유지하려면 높은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경제주체들이 인식해야 한다. 대가없는 이익은 없다. 주면 받고 받으면 주며,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는 자본주의 원리, 계약의 원칙에 근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행동양식을 선진화·합리화하지 않는 한 우리경제는 남미국가들처럼 롤러코스터(ROLLER-COASTER) 경제에 머물고 말 수도 있다. ◇금융시장 안정, 「설겆이 하겠다」= 금리가 적정수준보다 2%정도 과대평가돼 있다. 심리적안정을 되찾으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대란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일은 발생치 않을 것이다.(너무 낙관적이라는 배창모증권업협회장의 질의를 받은 후) 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소관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시장안정을 위해 한은은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최종대부자보다는 「설겆이」라는 표현이 명확할 것 같다. 설겆이 하겠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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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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