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출중단 후폭풍에 고강도 규제카드로 선회

■ 은행 예대율 인하 추진<br>"예대율 10%P 줄이면 대출한도 100兆 감소"<br>은행 직접압박 보다 강력한 효과 가능해 선택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김석동(오른쪽) 금융위원장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 예대율 하향 조정 등 추가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류효진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은행들의 대출 중단 사태와 관련, "고려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처럼 금융당국이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대출 중단은 강한 후폭풍을 불러왔고 여론도 좋지 않다. 당국이 가계 부채 대책과 관련해 예대율 하향 조정 등을 검토하는 것은 이런 흐름과 연결돼 있다. 대출 자제 요청을 대출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후진적 금융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도가 바로 예대율 규제 등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관련해 강경책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대율 추가 하향 검토는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당국은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줄이면 서민들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왔다. 예대율을 내리려면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 치열한 영업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예금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은 대출 증가세를 줄일 수밖에 없다. 당국 입장에서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여신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예대율 규제는 추가 검토사항으로 남겨져 있었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때 예대율 인하가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판 조율과정에서 빠졌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증가속도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8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금융당국도 최근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산(대출)을 손보기보다는 부채(예금) 부문에 규제를 강화하는 게 맞다"며 "직접 대출을 억제하기보다는 예대율 규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3월 말 현재 국내 13개 은행의 예대율은 97.1%다. 일부 은행이 100%를 넘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예대율을 5~10%포인트가량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예대율을 10%포인트 정도 낮추게 되면 대출이 100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대율을 추가로 낮추게 되면 은행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강력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예대율 추가 인하에 따라 서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은행이 대출길을 좁히면서 보험사 등의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 부문에서 푸는 데 한계가 있고 대출을 너무 조이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가계소득 증가와 부동산 가격, 사교육비 문제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해결책을 정부 차원에서 찾을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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