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에서 앵포르멜을 중심으로 한국과 서구의 전후 추상미술 세계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격정과 표현」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마련했다.호암갤러리에서 17일부터 5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풍미했던 앵포르멜, 추상표현주의 미술과 6·25 이후 한국의 앵포르멜 미술을 한자리에 모은 것. 폴록, 포트리에, 볼스, 뒤비페 등 서구 추상미술 거장들을 비롯해 50~60년대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었던 박서보, 윤명로, 김창열, 김봉태 등의 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당시 한국의 앵포르멜 운동의 열기를 보여주는 희귀 자료가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당시의 화단 풍경을 볼 수 있는 사진자료와 60년 미협의 육필선언문, 카다로그 등이 함께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박서보의 「회화 NO.1」은 1958년 화신화랑에서 열렸던 제3회 「현대전」에 다른 작품 6점과 함께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박서보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화면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앵포르멜 시대의 막을 열었다.
서구에서 앵포르멜 미술이 등장한 것은 전쟁 이후 기존 가치관의 붕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정신적으로 황폐화된 상황에서 등장한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이 미술에도 미쳐 기존의 회화를 부정하는 파격적인 양식이 나오게 된 것. 넓은 의미에서 「서정추상」의 한 경향으로 「앵포르멜 미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새로운 미술사조는 기존의 회화질서에 속박되기 보다는 파격적인 재료와 양식으로 격정적 내면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가와무라미술관 소장품인 볼스의 「니렌도르프」를 비롯해 이제까지 간헐적으로 선보였던 뒤뷔페, 포트리에 등 앵포르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인 잭슨 폴록의 「넘버 18」, 클리포드 스틸의 초대형작품 「무제 1956-H」등을 통해 미국 추상미술의 거장들과도 만남이 이루어진다.
한편 이번 전시는 「보따리」로 널리 알려진 설치작가 김수자가 로댕갤러리에서 펼치는 「세상을 엮는 바늘전」과 상호연계해 한쪽의 전시 입장권으로 두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게 했다. 관람요금 어른 4,000원. 초·중·고생 2,000원. 문의 (02)771-2381.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3/13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