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돈 잘 버는 남편·알토란 같은 자식까지 있는데… 이 공허함은 뭘까

■ 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누군가는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두 가지 화학 물질이 접촉하는 것과 같다고. 그만큼 두 사람이 만나 느끼는 사랑은 뜨겁고 그 순간의 불꽃은 눈 부시다. 하지만 마법 같은 반응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마련. 오래된 사랑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즈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면? 누군가는 로맨스요, 밀애라고 할 법한 '때를 잘못 맞춘 사랑.' 우리는 이 애매모호한 사랑을 불륜이라 부른다.

돈 잘 버는 남편과 알토란 같은 자식을 키우며 이름 대면 알만한 신문사의 기자로 살고 있는 30대 여기자 린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 어느 날 누군가가 묻는다. "당신 행복해? 당신 눈에 뭔가 있어. 훌륭한 남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당신처럼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보여. 다시 한 번 묻자. 당신 행복해?"


학창시절 연인이자 지금은 잘 나가는 정치인이 된 '남의 남편' 야코프. 그는 린다 눈 속에서 삶의 권태를 발견한다. 야코프와 만남을 거듭하며 격정적인 관계에 빠져드는 린다. 잔잔하던 그녀의 일상은 혼란과 고민에 일렁인다. 야코프와는 미래가 없고, 함께 삶을 이룩한 남자에게는 등을 돌리고 만 위기의 상황. 그녀에게 사랑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관련기사



연금술사, 브리다, 오 자히르, 11분 등 인간의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해 온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신작 '불륜'에서도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한 개인의 감정을 파고 든다.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누군가를 찾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을 이유로 우리는 부적당한 사람을 받아들이고는 그 사람이야말로 하느님이 보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어버린다. 안정을 찾던 마음이 순식간에 절절한 사랑으로 둔갑하면서 삶에 대한 쓸쓸함과 괴로움을 덜고 나면, 감정은 이제 상자에 넣어 머릿속 벽장 맨 뒤에 처박아놓아도 되는 때가 온다."

"밤이 찾아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면 나는 모든 것이 두렵다. 삶, 죽음,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 새로운 모든 것이 단숨에 습관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될 판에 박힌 일상에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

어느 날 문득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권태. 작가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언어인 '사랑'을 제시한다. 1만3,8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