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나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되면서 예기치 않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대 분야의 이득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취약 분야의 피해 예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정부가 한미FTA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동차ㆍ섬유 등 제조업=단일품목으로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은 예상만큼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 공장설립으로 자동차 산업은 현지화가 확대된 상태고 수입관세(2.5%) 철폐 효과도 적다”며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미국차와 미국 내 일본차의 수입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섬유업계도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염규배 섬유산업협회 팀장은 “관세 철폐를 통한 단순 수출증대 효과가 약 2억달러, 원산지규정 완화시 약 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면서도 “섬유산업의 대미수출비중이 2.5% 수준이어서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한미FTA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임호기 전자산업진흥회 팀장은 “휴대폰ㆍ반도체ㆍ컴퓨터 등 주요 수출품목은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큰 수출 증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업ㆍ수산업=농업은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 피해추정액 중 최대치인 7조7,000억원이 제시됐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개방을 포함해 피해액을 추정해야 올바른 협상전략을 짤 수 있음에도 국책연구원이 이를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쌀 관세가 50% 줄어들면 총 농업소득 감소액은 5조4,115억원, 모든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되면 7조6,932억원으로 피해액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수산업계도 농업계 못지않은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광남 한국수산회 연구위원은 “수산업은 농업만큼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며 “농업 분야 이상의 피해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육 및 법률서비스=교육 개방의 가속화는 지방대학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전망됐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미국 유수대학이 FTA로 한국 내 분교 설치, 합작, 학생 유치기관 설치 등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유수 대학과의 경쟁에서 지방 낙후대학은 상대가 되기 어려워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시장 역시 한미FTA의 소비자 후생효과가 낮았다. 법률 분야의 한미FTA 쟁점을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과 합작 허용 여부’로 전제한 황보영 대한변협 국제이사는 “국제업무의 고용ㆍ합작이 허용되지 않으면 미국 로펌과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변호사 비용 인하 가능성은 작고 허용되면 오히려 비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으며 변호사 고용증대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