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强달러 배경·전망유럽등 수출확대 노려 통화절하 방치도 한몫
>>관련기사 하반기 원화강세 수출 걸림돌 우려
미국 달러화가 유럽 11개국 공동 통화인 유로화와 일본의 엔화에 대해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유럽ㆍ일본보다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국제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미 행정부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럽ㆍ일본은 수출 확대를 통해 경기 회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통화 평가 절하를 은근히 방치하고 있다.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 상승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1달러는 126엔에 육박, 1.1% 올랐다. 이날 달러는 유로에 대해 7개월 만에, 엔에 대해 3개월 만에 최고의 강세를 유지했다.
달러는 유로ㆍ엔ㆍ파운드 등 세계 6대 통화 바스켓으로 환산할 때 지난 8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6일 도쿄시장에서는 달러가 한때 126엔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이후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불안한데도 미국 달러시장만이 98년 아시아 위기 후 또 다시 국제 유동자금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경제는 오아시스(?)
최근 달러강세의 원인은 미국의 경제가 저점을 통과, 회복기조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구매자관리협회(NAPM)가 발표한 비제조업 지수는 6월에 61.1로 5월의 46.6에 비해 급등, 지난해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이에 앞서 2일 NAPM은 제조업 부문 지수가 6월에 44.7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일 미 상무부는 5월의 공장 주문량이 전월 대비 2.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지표들은 지난 상반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며 하반기 연방정부가 세금을 환불할 경우 미국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해석했다.
◆ 유럽ㆍ일본의 미온적 경기부양 정책
이에 비해 유럽ㆍ일본은 미온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지속적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외환딜러들은 판단하고 있다.
마이클 맬피드 시카고 외환 분석가는 "미국은 경기침체의 끝에 와 있는데 유럽ㆍ일본은 아직도 침체의 중간에 있다"며 외환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금융시장의 요구를 무시한 채 현행 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의 6월 실업률이 기대 이상으로 상승, 유럽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증거가 나타나자 유로화 반등을 노리던 유럽계 은행들이 한꺼번에 달러 매입으로 돌아섰다.
엔화의 경우 재무성이 일본은행에 통화 증발을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로 1달러당 125엔을 넘어섰다.
일은(日銀)은 아직 재무성과 정치권의 통화 팽창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외환 시장에서는 일본이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엔화 발권을 통한 통화 팽창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의 진폭이 10월의 최저치인 1달러당 126엔을 무너뜨리고 127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 G7 회의에 촉각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 강세현상이 7일 로마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럽ㆍ일본의 경기부양책 채택 여부에 따라 그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로마로 향하기 앞서 "유럽ㆍ일본은 세계경제 성장의 기관차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금리인하 또는 통화팽창 등 경기부양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G7 재무장관 회의 직후 오는 12~13일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것인지도 관심사항이다. 하지만 일은이 크게 내릴 여지가 없어 통화증발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또 미국 제조업 협회(NAM)는 현재의 달러 가치가 20~30% 평가 절상돼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끈질기게 달러 절하를 주장하고 있다.
나이키ㆍ머크ㆍ맥도널드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달러강세로 수익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발표, 미 재무부도 더 이상 달러 강세를 방치할 수 없는 형편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