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인 유학생 망치로 내려친 英 10대 불기소

인종차별적인 욕설에 항의하는 한국인 유학생의 이마를 망치로 내려친 영국인 10대가 불기소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월 23일 저녁. 런던 인근의 한인 밀집지역인 뉴몰든에서 친구들의 이사를 돕던 유학생 전모(남.25)씨가 영국인 10대 4명과 마주쳤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이들 10대 중 제이슨(가명.16)이 전씨 일행을 향해 "염병할 아시아놈들, 여길 떠나 집으로 돌아가라"며 욕을 퍼부었고 나머지도 거들었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전씨 일행은 도주 하는 10대들을 뒤쫓았다. 제이슨은 인근에 있던 자신의 집으로 뛰어들어갔고 잠시 후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전씨는 "망치를 내려놓고 사과하라"고 외쳤지만 제이슨은 전씨의 멱살을 잡고오른쪽 이마를 망치로 내리쳤다. 현장에 있었던 전씨의 친구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상황을 찍었다. 전씨가 피를 흘리자 제이슨은 망치를 지붕 위로 내던지고 도망을 쳤다. 제이슨은 그러나 곧바로 전씨의 친구 2명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킹스턴 병원으로 옮겨져 이마를 여섯 바늘 꿰매는 치료를 받은 전씨는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영국 법원에 정식 재판을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는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됐고 전씨는 이달 초 통역관으로부터 영국 검찰이 제이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2001년말부터 영국에 유학와 신학을 전공하고 있는 전씨는 목격자들의 진술, 범행에 사용된 망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까지 있는데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씨 사건은 최근 한국인 아내를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내 유기하고 도주 했던영국인 남편에게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평결이 내려져 징역 5년형이 선고된`폴 달튼 사건'과 함께 한국인의 법감정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꼽힌다. 폴 달튼 사건에서 달튼(35)은 법정에서 평소에 한국인 부인 강모(당시 38)씨의 구박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가족 사진을 찢고 "당신과 비자 때문에 결혼했다"는말을 해 격분한 나머지 주먹을 휘둘렀고 뜻하지 않게 이 주먹에 강씨가 사망했다는요지로 진술했다. 전씨 사건에서 제이슨은 20대가 넘은 성인들이 떼를 지어 쫓아와 위협을 느꼈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망치를 휘둘렀기 때문에 오히려 가해자는 전씨 일행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건에서 영국의 사법기관은 먼저 도발한 쪽이 한국인이라는 영국인들이 진술을 수용한 셈이다. 피의자들은 원인을 제공한 쪽이 어디인지를 중시하는 영국 법관행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을 철저히 변호했고 배심원과 검찰 등은 외국인인 한국인들의 주장을 들어주기보다는 자국민의 권리 보호에 충실한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 뉴몰든 한인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달튼 사건에서는 피해자쪽 증인은 전혀 채택되지 않은 채 달튼 쪽 증인들만 법정에 나왔고 전씨 사건에서는 전씨 일행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예비 목사'들로 욕설을 하는 10대들을 공격할 의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씨에 따르면 제이슨은 범행 다음날 보석으로 풀려나 동네로 돌아왔고 길거리에서 다시 전씨와 마주치자 "어제는 즐거운 날이었다. 싸움은 이제부터다"라고 조롱하는 등 전혀 반성의 빛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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