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후변화협약과 에너지 기술

최익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의 교토의정서가 올해 2월16일 발효됐다.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의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것으로 온실 가스의 대부분이 에너지 사용으로부터 배출되는 만큼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산업구조 필요 우리나라는 현재 비부속서(Non Annex) 국가에 포함돼 교통의정서에 의한 감축의무 부담은 부여받고 있지 않으나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선진 개발도상국으로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부속서 Ⅰ(Annex Ⅰ) 국가들의 개도국에 대한 감축의무 동참 압력에 가장 우선적인 대상국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 있다. 산업혁명 이래 선진국들은 공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해 현재의 경제성장과 부를 이룩했으나 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 가스는 지구온난화 현상의 주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의 책임을 놓고 선진국들간에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으며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복지를 위한 에너지 소비 증가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개선이 나아갈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 차원에서 보면 이것이 해답은 아니다. 지구상의 산업 수요는 소득수준에 따라 저부가가치 산업부터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며 결국 우리보다 늦은 후발개도국에 저부가가치 산업을 떠넘기는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기술개발이 해결책이다. 단위 생산당 에너지를 소비하는 척도인 에너지 원단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경우 시멘트는 지난 70년 이래 50% 이상 효율개선을 보이고 있으며 석유화학 부문도 80년 이래 50% 이상 효율개선을 보이는 등 최근 20여년간 많은 효율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기조명의 경우 처음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의 밝기는 2~3(1/w)에 그쳤으나 우리가 사용하는 형광등은 70(1/w)으로 30배 정도의 효율개선이 이뤄졌다. 새로운 고효율 전등은 100배 이상의 효율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 부문에서 주거를 위한 단위 면적당 에너지 소비 수준을 보면 80년 이전에는 단위 면적당 연간 442 M㎈/㎡ㆍyear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단열기준이 강화된 2000년 이후에는 158 M㎈/㎡ㆍyear의 에너지를 사용해 65%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부문에서 첨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있고 신ㆍ재생 에너지에서는 태양광 기술이 지난 20년 동안 변환 효율을 3배 이상 증가시킨 반면 가격은 3분의 1로 떨어졌다. 그러면 앞으로 어느 정도 효율개선이 이뤄질 것인가.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산업 부문은 기존의 신기술 투입만으로도 10~20%까지 절약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건물 부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절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부문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신기술의 채택을 통해 현재 에너지 소비의 70% 이상의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이 없는 제로 에너지 타운(Zero Energy Town)도 현재 시험 중에 있다. 기술개발 여지가 많은 신기술개발 분야로는 에너지원인 신ㆍ재생 에너지 기술(수소기술 포함),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환경 관련 기술, 에너지 사용(수소)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고효율 기술(연료전지기술 등) 등이 있다. 환경관련 신기술개발등 시급 기후변화협약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기술개발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기후변화협약은 우리에게 선진국에 도달하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개발을 통한 신기술의 축적은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보고에 의하면 기술력 확보에 의한 온실 가스 배출을 오는 2100년에는 90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도록 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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