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벌, 은행업 진출하나

감독당국, 보험사에 제한적 업무 허용 검토<br>우체국과 유사 지급결제전담銀방안 거론속<br>자회사도 허용땐 산업자본 금융그룹화 가능<br>은행등 "재벌 사금고화 방지 대안없다" 반발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사에 대해 은행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ㆍ한화ㆍ동부 등 재벌기업들이 꿈에 그리던 은행업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에 대해 4% 이상 의결권을 가질 수 없으며 의결권 없이 매입할 수 있는 한도도 10%로 제한해 사실상 은행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지급결제전담은행(narrow bank)’과 ‘어슈어뱅크(assure bank)’. 지급결제전담은행은 입출금과 자기앞수표 발행, 직불카드 발행 등 제한적인 은행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으로 가계나 기업에 대한 대출업무는 할 수 없다. 현행 우체국의 은행 기능과 비슷한 형태다. 어슈어뱅크는 은행을 자회사로 두거나 은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다 연기금 수탁사업, 신탁업까지 허용하면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에 맞서는 보험사 중심의 지주회사들이 대거 생겨날 여지가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삼성생명이나 동부생명 등 산업자본 계열의 보험사들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삼성생명이 꼽히고 있다. 은행 지주회사들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삼성그룹 금융사들은 각 영역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표 금융기관이었다. 삼성증권은 한때 1위에서 2위로 밀려났고 삼성카드는 취급고 기준으로 3위로 떨어졌다. 삼성생명은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로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점유율이 지난 2001년 3월 말 41.4%에서 지난해 34.2%로 크게 떨어졌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급결제전담은행이나 어슈어뱅크 등 어떤 식으로든 추가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상당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최근 펴낸 ‘대외 자본개방의 허와 실’보고서에서 “국내자본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외국자본은 성격을 가리지 않고 인수를 허용해 시중은행들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산업자본에 대한 기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용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는 “국내기업에 대출을 한 해외자본, 국내 금융기관에 투자한 해외자본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IMF위기 당시 해외자본은 대출금을 회수하고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한 해외자본은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산업자본이 주주인 금융기관들의 경우 IMF를 극복하면서 능력을 검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계열사 자금지원 등의 문제는 오히려 그룹사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ㆍ연기금 등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관이 은행업을 하면 사모투자펀드(PEF)의 대형화를 이루는 데 큰 몫을 할 수도 있다. 김현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금융연구팀장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힘든 만큼 PEF 외에 국내 금융자본을 육성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사모펀드를 육성해 보험사 등의 은행업 진출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은행들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하면 산업자본이 유입되는 것”이라며 “많은 재벌사들이 금융업에서 부실을 일으켰던 것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산업자본이 금융(은행)을 지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연기금과 PEFㆍ투자신탁 등이 외국자본에 필적하는 대항마 역할을 하면 되지, 급하다고 산업자본이 금융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능식 경제정의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부지분이 다수인 은행의 민영화와 자본확충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 소유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없는 한 현행 소유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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