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수도권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 분다는데…

사업 빠르고 시세차익 짭짤…"재건축할필요 있나요"




지난 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입주한 서울 방배동의 ‘쌍용 예가 클래식’.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아파트이다. 지난 2005년 7월 착공해 1년 6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 2006년 12월부터 입주를 마쳤다. 115㎡형의 시세는 리모델링 공사 이전 3억7,000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8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추가부담금 1억397만원을 제외하고도 시세 차익이 3억원을 웃돈다. 리모델링 공사 만으로도 아파트의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아파트 노후화=재건축’의 등식이 이제는 ‘아파트 노후화=리모델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올 한해 수주가 가능한 리모델링의 시장 규모(시공비 기준)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뼈대를 놔둔 채 사실상 다시 건물을 올리는 것으로, 리모델링을 거친 아파트는 신규 분양 아파트와 다를 바 없어 입주민들의 선호도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하주차장 건설도 가능해지는 데다 1개층에 대한 증축도 가능해 기존 입주자들 입장에선 최고 1억여원에 달하는 추가부담금만으로도 33㎡ 가량의 전용면적도 늘릴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백용기 현대건설 리모델링팀 차장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은 높지만 개발이익 환수 등의 추가 조치도 나올 것이라는 우려감이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파트 리모델링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이점 이외에도 추가적인 시세 차익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 1억원 추가 부담만으로 33㎥전용면적 늘릴 수 있어
갈 길 먼 재건축 보다 인기 시세차 큰 중층 대단지 유망…시공업체도 꼼꼼히 살펴야
◇불붙은 리모델링 시장=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리모델링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최소 3~4년이 걸리는 재건축과 달리 사업 기간이 빠른데다 사용연한 규정 역시 15년으로 완화돼 리모델링 요건을 충족시키는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추진결의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이 기존 100% 찬성에서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낮춰진 점도 리모델링 활성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용면적 기준 용적률이 30%까지 늘어날 수 있고 일반분양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ㆍ임대주택의무건립 등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1조 5,000여억원인 리모델링 공사 수주규모가 내년에는 3조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리모델링이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에 있는 단지는 전국에 걸쳐 총 31여 곳에 이른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 바람 속에 가격만 띄워 놓고 막상 주민동의를 얻지 못해 추진이 지지 부진한 아파트도 상당수인만큼 옥석을 가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변과 시세차 큰 중층 대단지 노려야=리모델링 단지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주변단지와의 시세 차이다. 3.3㎡당 입주자 공사 부담금이 300만~350만원에 이르는 만큼 기대했던 수준의 가격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의 경우 사업성을 두고 주민 간 동의 확보도 쉽지 않아 사업 자체가 장기간 지연될 우려도 있다. 단지의 높이와 규모도 중요하다. 지상 10~15층의 중층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180% 내외인 탓에 재건축을 해도 면적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재건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지들은 결국 리모델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가구 수가 너무 작은 단지들은 시공사 선정에서 애를 먹을 수 있다.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건설사들이 입찰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영규 쌍용건설 리모델링 사업부 차장은 “리모델링 공사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만큼 건설사들도 대규모 단지를 선호한다”며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역시 전체 가구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를 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공업체도 눈여겨봐야=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선 시공사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시공업체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미래 가격을 감안할 때 검증 받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 아파트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의 경우 층과 향 등이 변하지 않는 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동향의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 리모델링 이후에도 여전히 동향인 만큼 층과 향을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독 인근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렴한 단지는 공사 이후에도 여전히 시세 상승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결국 일반 분양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대단지와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 입지와 교육 여건 등이 우수한 단지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세 차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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