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항공·해운 '高高' 정유·조선 '苦苦'

OPEC 원유 감산 불발에 관련 업종 희비

아시아나·한진해운 등 유류비 부담 줄어 실적개선 기대

SK이노베이션·삼성重은 유가 추가 하락 우려에 미끄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유가 변동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업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는 정유·조선업종주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급락한 반면 유류비 부담이 줄어든 항공·해운주는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일제히 급등했다.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주의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일 대비 6.64%(6,100원) 내린 8만5,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관(286억원)과 외국인(86억원)이 37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GS(078930)(-1.89%)와 S-OIL(-5.39%) 등 나머지 정유주들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정유주의 급락은 OPEC의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소식이 결정타가 됐다. OPEC 12개 회원국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지속적인 유가 하락에도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OPEC의 감산 무산에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3.33달러로 전일보다 2.83달러 하락하며 70달러대 초반까지 근접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동 원유 생산국들의 감산 무산으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사들의 4·4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정유사들로서는 정제마진이 악화되고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 실적 개선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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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날아온 원유 감산 무산 소식은 조선업종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양 플랜트 사업에 대한 발주를 대폭 줄이거나 늦출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전일 대비 7.66% 내린 1만9,300원에 거래되며 올 하반기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010140)(-5.68%)과 현대중공업(009540)(-4.26%) 등 나머지 '빅3' 조선업체들도 동반 하락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80달러 이하인 국면에서는 해양 프로젝트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며 "해양 플랜트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 프로젝트 발주 지연으로 조선업종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포진해있는 정유주와 조선주의 부진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0포인트(0.07%) 떨어진 1,980.79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6거래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유가 하락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해운주들은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날아올랐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전일 대비 9.73% 오르며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한항공(003490)도 4.74% 상승했다. 한진칼(180640)(7.93%)과 AK홀딩스(006840)(6.29%) 등 항공사들의 지주회사 관련 종목도 자회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 밖에 한진해운(2.68%), 현대상선(0.31%), 팬오션(8.19%) 등 해운업체들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의 경우 유류비가 전체 운항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달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곧 이익 개선과도 직결된다"며 "OPEC의 감산 무산으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 항공사들의 4·4분기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항공기 연료로 사용되는 제트유 가격이 1달러 내려갈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30억원가량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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