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쇠고기 반대시위 확산… 김경한 법무장관 "묘책 없나" 고심

"법질서 확립에 심각한 도전"<br>불법시위 등 '무관용 원칙'도 여론에 밀려 '답답'<br>"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정도를" 소신 변함 없어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진행되는 민생지원형 사회봉사명령 ‘소외계층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을 방문, 사회봉사명령대상자 등과 함께 도배 봉사를 돕고 있다.

요즘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고민이 만만찮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다 시위 양상도 도로점거 등 격렬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를 법질서확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질서 확립 “심각한 도전”= 김 장관은 지난 2월29일 첫 취임일성으로 “법질서 확립”을 내걸었다. 불법파업 등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며, 경제력에 맞는 법질서 확립을 “2년내 반드시 이루겠다”고도 했다. 간부들에게도 “법질서 확립은 선량한 다수의 서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며 입버릇 처럼 강조하고 다닐 정도다. 하지만 그의 법질서 노력이 지금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김 장관은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이어지던 지난 달 26일 “문화제 형식의 평화적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 집회는 주동자는 물론 선동하거나 배후조종한 사람까지 끝까지 검거해 엄정처리 하라”고 검찰에 지시까지 내렸다. 그러나 김 장관의 ‘무관용 원칙’은 정치적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 되고 있다. 불법시위 현장에서 연행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원 기소하겠다는 검찰내 강경 분위기는 분리대응 등 신중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김 장관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경찰에 손만 대도 현장에서 체포되는데, 국내에서는 도로점거는 물론 경찰차를 파손해도 이를 진압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답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주말인 1일 과천 법무부 청사로 직접 출근해 촛불시위 상황을 점검까지 했다. 차관과 검찰국장 등 실ㆍ국장이 전원 참석했다. 불법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소신처럼 강조해 온 김 장관이, 이번 촛불시위에 대해 어떤 묘책을 강구할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걸으면 당장은 고난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길이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불법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엄정히 단속하는 무관용 원칙은 그대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주말없는 법무부= 법무부 간부들은 김 장관 취임이후 휴일을 ‘휴일’처럼 지내본 적이 없다. 김 장관이 휴일에도 자택에서 업무구상을 하면서 수시로 전화를 걸어 오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김 장관은) 휴일에도호출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과 주말 나들이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아이디어가 생길 때 마다 바로 바로 간부들을 찾아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처리가 신속하다는 정평이 나 있다. 지난 달 법무부가 주최한 경제5단체와의 간담회도 김 장관의 아이디어였다는 후문이다. 김 장관은 검찰생활 중 15여년을 법무부에만 보낼 정도로 법무ㆍ검찰 행정에는 정통하다. 그래서 김 장관의 별명은 ‘꼼꼼이’다. 법무부 한 간부는 “장관이 업무를 꿰뚫고 있다 보니 사소한 보고사항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며 하소연 했다. 그러나 간부들을 대하는 김 장관은 여느때 보다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불 같은 성격도 있어 ‘핏대’라는 별명도 따라붙었지만, 요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가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외계층 보살핌 행보도 가속= 김 장관은 법질서 확립과 함께 서민층 보호에 대한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법무부 차관 시절 인권법 제정에 큰 역할을 수행할 정도였고, 가톨릭 신자로 ‘성라자로 마을’이라는 나환자 돕기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한국휴머니스트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밖에 김 장관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법제도와 관행을 정비해 법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체질화하여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내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라는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좋아한다. 20년 가까이 그는 집무실에 서예가 평보 서희환 선생이 쓴 ‘높이 올라 멀리 보라’는 액자를 걸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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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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