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총진료비 가운데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32.5%. 그중 51%가 항생제 비용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항생제 비중은 전체 약값의 10%라는 점을 고려할 때 5배정도 높은 셈이다.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02-3410-0329)는 『슈퍼박테리아의 균주는 세계적으로 10개 정도가 보고됐다』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균주의 경우 숫자는 적지만 역학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란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포도상구균(VANCOMYCIN-RESISTANT S. AUREUS:VRSA)으로 정확한 과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다만 세균이 포도상구균에는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성균인데다 치료의 마지막 약제로 여겨지던 반코마이신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불리게 됐다.
포도상구균이란 말 그대로 포도송이 같이 생긴 세균이다. 인체 밖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체내에 들어가면 병원성을 나타낸다.
슈퍼박테리아는 96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후 미국·프랑스·영국·홍콩 등에서도 보고됐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모든 세균은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입장. 다시말해 언제든지 새로운 세균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도상구균 감염증이 있는 환자에게 반코마이신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언젠가는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 임상으로 확인된지는 오래됐다. 문제는 반코마이신을 불가피하게 처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다.
송교수는 『슈퍼박테리아는 포도상구균의 세포막이 두꺼워지면서 발생하지만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현재 입장에서 분명한 것은 약제의 부적절한 오남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 발생이 현실화 된 시점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발생상황의 철저한 분석인데 국내의 경우 선진국 수준으로 준비돼 있다.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조기탐색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항생제 내성을 위한 아시아연합」(ANSORP)도 역학조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이다. 반코마이신을 포함한 각종 항생제는 지난 50여년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치료제이지만 불과 50년만에 세균내성 문제가 발생해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다음 세기에도 「기적의 약」으로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첫 걸음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과 오남용을 막아야 하며 이것은 오직 의료계와 국민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번째는 새로운 신약의 개발이다. 송교수는 『감염증 치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약의 개발이 21세기의 고부가산업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도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영기자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