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육부로 옮긴 후 한달

정부의 국장급 공무원들에 대한 부처간 교류 및 공모가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지원국장직을 공모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였다. `우리가 국민소득 2만불의 동북아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양성이 필수`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지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응모했다. 경쟁률도 높았을 뿐 아니라 교육부의 현직 고참 국장들이 대거 응모했다는 보도를 듣고,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 설 연휴 직전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대학생 딸과 대학교수인 처로부터 듣는 것 외에 대학행정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내가 몸담고 있던 경제부처와 그 동안 고교평준화ㆍ구조조정방식ㆍ교육시장의 대외개방문제 등 크고 작은 교육문제로 이견을 보여왔는지라 걱정은 증폭되었다.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언론이나 이해 당사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비전문성을 탓하면서 `교류인사제도`자체까지도 문제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육부의 여러분들은 나를 자기식구로 맞아주고, 교육부답게 효율적으로 교육해 주고 있다. 덕분에 소관업무를 개략적으로 파악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태다. 업무에 대한 소신과 조리 있는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어느덧 교육부 공무원들의 실력을 경제부처에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어가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부처간에 시각차가 클 것이라는 통념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가를 실감한다. 밤 늦은 시간까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퇴근도 못하고 있다. 낮에는 민원성 내지는 문의전화에 답하고 연이은 회의에 참석하다가, 그제서야 본연의 정책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 비전문가인 나를 교육시키는 일까지 해야 하니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일하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알아 줄까. 그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교육부가 국가발전에 뒷다리나 잡는다는 비난을 받기까지 한다. 정부청사 출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민원인들의 절반 이상은 교육부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학생수만 해도 1,000만명이 넘는, 게다가 부총리 부처인데도 불구하고, 본부조직은 400여명으로 축소되어 있다. 대학지원국의 간판도 조만간 내린다. 보통 이해 관련자들은 중앙부처에 담당국이나 과의 존치를 원하는데, 대학들은 그런 것 같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아직도 대학들을 규제하는 규정들이 많이 남아서 그런가. 이미 규제가 상당히 풀린 것을 대학들이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혹 행정지도라는 명분 하에 지시가 남발되는 것은 아닌가. 타성에 젖은 대학 구성원들의 일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도 교육부를 끌어들이고, 다른 편은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닐까. 감독권이 이미 일선 교육청으로 넘어간 일들에 대해서도 교육부의 책임으로 몰고 있는 것인가. 일하면서 하나하나 알아볼 작정이다. 내 책상 위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출제되는 2005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의 관리, 대학특성화 유도, 대학의 구조조정, 사학분규 조정, 외국 대학의 유치 등 수많은 일들이 놓여있다. 소위 `잘 해야 본전이며, 잘 했다는 소리듣기가 아주 어려운 일`들이다. 관련단체ㆍ해당 대학 관계자ㆍ학부형 중 적어도 어느 한편으로부터는 욕을 먹거나, 자칫 실수라도 있으면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줄 만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ㆍ교육수요자ㆍ대학ㆍ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교육부 동료들과 `실현 가능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윈-윈(win-win)의 포인트`를 찾아 정책공감대를 형성하고, `치밀한` 정책을 수립하며, `제대로` 집행해 나아갈 작정이다. 그 과정에서 이제까지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모두 쓰겠다. 나와 동료들의 노력들이 가시화된 성과로 보일 1년 후를 소망해 본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지고, 대학과 학부형들의 교육부에 대한 갈증이 음료수의 광고처럼 2%라도 해소될 그 날을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부처간 오해의 벽을 허물고, 국외자의 입장 또는 역지사지의 심정에서 교육부를 보라`는 인사교류ㆍ공모제의 참뜻을 조금이나마 실현한 개혁전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종갑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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