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욕심이 禍부른 인선

이학인 기자 <증권부>

[기자의 눈] 욕심이 禍부른 인선 이학인 기자 이학인 기자 “자기 맘에 안 드는 패가 들어왔다고 고스톱 판을 엎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혼선이 극에 달한 26일 오전 증권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5일 저녁부터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에 대해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가 재공모를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또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추천위에서 1순위로 올린 것으로 알려진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파문이 커지자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3인에 대해 검증절차가 진행 중이며 청와대의 인사개입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오히려 여당과 청와대에서 선호한 인물이 지목되지 못하고 후보선임을 둘러싸고 부산 지역 시민단체, 각 통합기관의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의 알력이 심화되자 이사장 선정을 다시 하도록 결정했다는 루머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재경부가 누구를 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누구를 선호한다, 또 후보 중 누구는 여권과 선이 닿아 있고, 누구는 청와대에서 비토한다 등의 소문도 그동안 끊임없이 나돌았다. 올 초에 제정된 ‘한국증권선물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소 이사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거래소의 건전한 경영과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자 중에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재경부 장관은 선임된 이사장이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임을 요구하는 권리만을 갖고 있다. 법 논리만으로 볼 때 정부나 여당이 통합이사장 선임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근거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법은 애당초 ‘사문화’됐다. 재경부가 후보추천위원을 전원 선임하면서 정부의 개입이 기정사실화됐고 여기에 오는 2006년 지자체장 선거를 겨냥해 여권에서도 통합이사장 선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증권선물시장의 운영주체로서 한국자본시장 발전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뽑는 과정이 이처럼 왜곡되고 뒤엉킨 것은 재경부와 여권의 욕심이 부른 화(禍)라고 밖에 볼 수 없다. leejk@sed.co.kr 입력시간 : 2004-11-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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