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등 30대가 대부분… 경영능력 검증 안돼
| 남상수 남영L&F 명예회장, 권종열 뱅뱅 어패럴 사장,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사진 위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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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업체 톰보이의 최형로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패션업계의 2세 경영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패션업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창업주들이 대부분 60~80대로 접어들면서 2세들이 경영에 속속 참여하고 있지만 기업경영 경험이 부족한 30대가 대부분이어서 안정적인 경영승계와 지속적인 기업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특히 대기업 계열이 아닌 전문 패션업체의 경우 오너의 경영능력이 회사의 성장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권을 승계할 2세들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 밖에 없다.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은 2세 경영인이 회사의 외형을 확장시킨 경우도 있지만 불투명한 후계구도 때문에 어렵사리 키운 회사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사실상 창업주나 다름없는 고(故) 최 회장이 별세한 톰보이는 2세인 최진아 마케팅 이사와 최정현 기획관리실장이 30대여서 당분간 동생인 최형석 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정운석 사장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최회장의 지분 20.11%는 아들인 정현씨 등을 중심으로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77년 우리나라 첫 여성 캐주얼 브랜드인 ‘톰보이’를 론칭해 장수 브랜드로 키운 고 최회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고 최회장이 별세하자 톰보이 주가가 5,370원에서 4,755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톰보이 관계자는 “아직 경영권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1~2주내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L&F, 뱅뱅어패럴, 한세실업, 한섬 등도 2세들이 경영수업중이지만 아직까지 이들이 20~30대여서 회사를 경영할만한 능력을 검증받지는 못한 상태다.
이너웨어 브랜드 ‘비비안’으로 잘 알려진 남영L&F는 남상수(81) 명예회장의 아들인 남석우(35) 회장이 현재 경영수업중이다.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남영L&F는 김진형 사장이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남회장은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뱅어패럴은 권종열(73) 사장의 아들 3명이 계열사와 해외법인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세실업도 김동녕(61) 회장이 아들과 딸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경영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한섬은 정재봉(66) 사장의 아들인 정형진(33)씨가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비해 BYC는 2세가 대표이사를 맡아 사세를 확장, 2세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BYC는 창업주인 한영대(83)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한남용(48) 사장이 2004년부터 회사를 맡아 지난해 1,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속옷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만큼 기업의 흥망성쇠가 빠르게 이뤄지는 업종도 드물 것”이라며 “그만큼 오너십과 경영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창업주 2세에 경영권이 승계되더라도 경영자로서 철저한 경영수업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