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년마다 되풀이 토지정책

60년대 이후 땅값 상승률은 항상 경제지표를 앞서갔다. 60년대 땅값은 연평균 50% 가까이 올랐다. 이후 70~80년대 20%대에 이어 90년대 급격한 경제위기 등 여파로 한자릿수 이하로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7~8%를 넘나드는 지가 상승곡선을 보면 지난 `개발성장시대`의 잔영이 떠오른다. 더욱이 가용토지를 늘리기 위해 토지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정부방침에 그동안 효율적인 국토개발 및 관리, 지가안정에 중점을 둔 토지정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0년 전 아파트나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가용토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취했던 정책을 보면 우려의 목소리가 기우(杞憂)가 아님을 알 수 있다. 93년 당시 `신경제5개년 계획`일환으로 사실상 무제한 개발이 허용된 준농림지를 도입하는 등 가용토지를 대폭 확대했다. `제2의 토지개혁`이라고 불릴 만큼 이후 영향을 미쳤던 정책의 근거논리는 `토지가 모자라니 토지투기가 만연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 현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국토의 26%를 차지하는 준농림지 개발허용은 수도권 곳곳에 나타난 난개발과 지가상승의 결과를 낳고 있다. 한 예로 경기도 용인지역은 이른바 `포도송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교통체증 등 주민들의 불편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땅투기 억제효과는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개발정책에 편승해 땅값 상승은 진행중이다. 물론 불합리한 토지 규제를 풀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투자와 채용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나무랄 근거는 없지만 규제를 확 풀기 전에 정부가 그 동안 견지해온 `선 계획-후 개발원칙`을 뒷받침하고 투기를 억제할 견고한 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방안과 맞물려 도시기본계획 승인권을 지자체에 넘겨 정부가 원칙 없이 앞서서 규제를 풀고 뒷감당은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 인근 한 지자체가 공단 및 주택단지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정부산하 공기관과 포괄적 개발을 협의했지만 정부가 서둘러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지정하는 바람에 계획자체가 백지화될 상황이라는 한 지자체 공무원의 전언에서 선계획-후개발은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땅투기를 확실히 근절할 만한 대책이 전제돼야 땅은 늘리고 투기는 막는다는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토지가 모자란다며 10년마다 땅투기를 초래할 실책을 거듭할 때 서민의 박탈감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일이다. <박현욱 기자 (건설부동산부)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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