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자산운용업계의 나아갈 길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매각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산운용업계에 30년 이상을 몸담은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감회를 갖게 된다. 양대 회사는 한국의 투신산업을 대표해온 만큼 단순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회사 2개가 매각된다는 일반적인 구조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간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정상화과정에서 시장에 불안감을 드리웠던 양대 회사의 경영이나 조직이 안정을 찾게 되고 시장의 불안감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투신권은 전반적으로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불신 때문에 투신시장을 떠났던 고객들도 다시 펀드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투와 대투 매각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완전한 시장주의, 무한경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동북아 금융 허브 로드맵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자산운용회사로 50대 이내에 속하는 회사의 지역본부를 우리나라에 유치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주요 자산운용센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지역은 경제성장 잠재력에 비해 자산운용업의 발전 수준이 미흡해 향후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128%에 달하는 반면 아시아 국가는 평균 10%수준이고 우리나라도 28%에 불과하다. 피델리티내셔널파이낸셜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직접 또는 합작으로 국내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만 봐도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외국의 관심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지난 99년 대우채 사태를 통해 중대한 위기를 맞고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겨우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으나 지난해 SK글로벌ㆍ카드채 사태로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었다. 아직도 신뢰회복이 안된 상태에서 경영 여건까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또 정부의 자산운용업 육성에 대한 의지와 최근 제도도입이 한창 논의되고 있는 퇴직연금 등의 시장이 열릴 때는 국내 자산운용업 시장은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운용 투명성 확보와 신상품개발,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또 중소형 운용사들은 시장으로부터 M&A(기업 인수 및 합병)를 통한 대형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며 전문화를 위한 노력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운용사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용능력, 즉 안정적 수익률에 대한 고객의 신뢰라는 점에서 우수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조사분석 및 운용시스템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 계열사들이 국내 자산운용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토종 운용회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국내자본, 외국자본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생각은 단견이며 자산운용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시장확대의 촉매제일 수 있다고 본다. 자산운용사들이 상품과 운용면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투자자들은 우수한 금융상품을 선택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고 이것은 간접투자시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또한 외국자본의 경계에 앞서 사업대상영역의 글로벌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위험분산 및 투자대상의 다양화 차원은 물론 글로벌경쟁에 대비해서 미국ㆍ중국 시장 등 외국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자산운용회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거쳐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자산운용산업은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자산운용산업의 선진화가 금융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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