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균형 잡힌 규제의 필요성

미국의 자본시장은 그동안 세계 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전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월가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의 집합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사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떤 외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기 위해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리는 대신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고 있다. 어떤 투자자 그룹은 이런 현상이 엔론의 회계 부정 후폭풍으로 제정된 사베인옥슬리법 같은 정부의 기업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조달하는 것보다 대체 투자시장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이 거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미국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저금리는 기업들이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준다. 사모 펀드들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기업에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지난 월요일 연설에서 사베인옥슬리법안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상장을 가로막는 또 다른 방해물은 규제를 확산시키는 데서 나온다. 주식시장은 지금처럼 시장 자체 또는 증권업협회(NASD) 같은 자율적인 규제기구, 그리고 증권거래위원회(SEC), 회계감독기구(PCAO), 연방 또는 주 검찰의 규제를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베인옥슬리법을 개정해서 또 다른 제3의 법을 만드는 것은 규제를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다. 폴슨은 사베인옥슬리법에 대한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효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이행되는 잘못된 기업개혁 법안은 사라져야 한다. 회계사들은 사베인옥슬리법의 섹션 404조를 이행하는 것은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은 기업들의 회계 보고를 강화하도록 하는 한편 외부 인사의 회계 감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규제는 중소기업들에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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