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신을 촉진시키자/이한구(불황탈출 길은 있다:끝)

근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경제상황은 몇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과거 경기하강기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높은 편인데 반해서 국제수지적자폭은 매우 크고 물가 상승압박은 제법 강하다. 고용수준은 과거 호황기보다도 나은 형편이고 각종의 가격은 국제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세금도 잘 걷힌다. 한마디로 시장의 힘에 의한 경기조절이 일어나지 않고 모든 부담은 주인없는 국제수지와 물가에 몰려있는 셈이다.둘째, 거시지표는 좋은지 몰라도 체감경기는 나쁘다고 이구동성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판매시장에선 경쟁이 심해 가격올리는게 어렵지만 생산요소(인력, 자금, 정부서비스, 물류)의 구매시장에서는 경쟁이 거의 없어 개방화·자유화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셋째, 우리사회내의 거의 모든 계층, 모든 부문이 정치세력화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공공부문과 금융부문, 대기업과 공기업위주의 노동부문에서는 가격조정도 수량조정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비효율부문으로 계속 남아있다. 경영마인드가 있는 그밖의 부문에서의 비효율은 개선의지 부족이라기보다는 능력부족에서 연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을 위해선 씀씀이를 정상화하고, 고비용요소를 제거하며, 효율적 경제사회체제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물론 지구촌화시대에선 비용과 효율, 씀씀이의 궁합수준은 우리가 지향하려는 선진국과 비교되어야 할 것이다. 씀씀이는 2만달러짜리 선진국이고 개인의 능력이나 기술·기능은 5천달러 수준이라면 그 격차는 양방향으로부터 메워져야 하며, 그 속도와 범위의 조정은 빠르고 넓을수록 문제해결은 신속해질 수 있다. 또 그 조정의 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 각종 기관을 망라하고 그들간의 네트워크가 넓게 작동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근래 「경쟁력 10% 강화대책」같은게 만들어진다니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몇가지 점에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실을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 첫째, 실천에 이르는 시간을 마냥 끌어서도, 졸속으로 진행되어 모래위에 누각 비슷한 것을 지어서도 미래의 국제경쟁력은 없다. 그동안 신경제계획, 세계화추진계획, 역사바로세우기 운동, 수없는 경제대책을 제시한 바대로 실천했더라면 오늘의 경제모습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을 터이므로 지금 제일먼저 살펴보아야 할 일은 「왜 실천을 못했을까」라는 원인규명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지나치게 단기적 인기를 의식하는 「정치논리」와 관계당국자들의 「절박감 부족」이었으므로 이것을 배격하면 벌써 국제경쟁력강화는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예를 보면 실컷 늑장을 부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시작이 늦었다고 요란스럽게 추진한다. 그렇지만 21세기에 다가선 초국제경쟁시대에 우리사회 내부의 체력만 소모하는 이런 방식이 되풀이되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금리를 내리건 땅값을 내리건 임금을 조정하건 간에 시장의 힘에 의해 실현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지 무슨 통치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오히려 후일을 망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노동법개정과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해서 시장경제방식에 의한 조정의 속도와 범위는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져야 한다. 둘째, 명색이 경기하강기라면 경제에 군더더기살을 빼라는 시기인데, 계속 경제성장률은 높아야 하고 실업률은 2%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5%이하의 실업률을 유지하면서 임금안정을 기대하려면 오직 노조지도자의 책임감, 기업경영자들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크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이는 비현실적이다. 그밖의 「비용파괴」도 어느 정도의 기업도산과 시설정리, 인력절감, SOC수요감축없이는 성취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대책은 개별 경제주체들이 고통스럽더라도 체질을 강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여건조성(예:시장진입제한철폐, 가격자유화, 자원절약을 강요하는 공공요금 현실화)에 모아져야지, 주인없는 분야·미래세대가 해결할 분야로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셋째, 정부가 할 일이 좀 더 뚜렷해져야 한다. 씀씀이 줄이는 일과 효율성을 높이는 분야에선 정부기관과 국영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세출예산증가율을 과감히 낮출때라야 다른 경제주체들의 행동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변신을 촉진」시킬 망정 그것을 막아서는 일은 옳지 않다. 기업에 따라서는 인원정리가 필요하고 사업정리가 빨라져야 하며 해외투자가 시급한 경우가 많다. 단기적 경제운영의 관점에서 이와같은 기업의 조정노력이 통제되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대우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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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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