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김새는 미래부 권고안

포털 등 인터넷 업계는 뜨거운 10월을 예상했다.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한 황소개구리, 네이버를 잡기 위한 '규제법' 논의를 앞뒀기 때문이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포털의 불공정 행위와 골목상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두 달간 수차례의 보고회를 통해 네이버의 불공정 사례를 알렸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상헌 대표의 국정감사 증인 출두도 요구했다. 정치권도 각종 간담회를 통해 화답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네이버 규제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 7월 '인터넷 생태계 상생방안' 이후 20개 안팎의 상생방안을 쏟아내며 방패막이를 준비했다.

그런데 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의 논의를 허공에 날리듯 모호한 내용의 권고안으로 10월의 첫 포문을 열었다. 권고안에는 검색서비스 제공원칙 공개, 광고와 검색 구분, 상생 협력방안 강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어떻게'가 빠진 무력한 권고안은 업계와의 간담회를 포함해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마련됐다는 말이 무색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단 자사 서비스 우선노출 문제와 검색순서 조작 문제 등도 빠졌다. 거기다 명시된 내용들도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했다. 업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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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는 포털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포털의 뉴스서비스를 제한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네이버도 끊임없이 상생방안을 내놓으면서 업계와 정치권의 요구에 응답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의 권고안은 이 같은 논의를 진척시키기보다 후퇴시켰다. 지난 여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들을 해결하고 진정한 상생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스는 수박 겉핥기 식의 권고가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소개구리를 잡고 인터넷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차대한 일은 얼마나 정교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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