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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1,200억유로 3년간 지원
EU·IMF 구제금융안 타결… 그리스, 고강도 긴축재정 약속메르켈 獨총리 "의무 불이행 회원국 투표권 정지" 그리스 노조단체, 연일 긴축 조치 반대시위 벌여
권경희기자 sunshine@sed.co.kr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최대 1,200억유로(약 176조6,500억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지원받은 790억달러(소비자물가지수로 2010년 환산가치)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EUㆍIMF와 벌여온 구제금융 협상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최종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전역에 극심한 긴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특별내각회의를 열고 "각의는 세계에 전례 없는 지원 규모 합의안을 승인한다"면서 그리스 국민들에게 "재앙을 막기 위해 더 큰 희생을 감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간 부문의 임금삭감은 없을 것"이라며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그리스 지원 협정문을 승인했다. 협정문은 오는 7일이나 8일 열릴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합의안에 따르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금은 프랑스ㆍ독일 등 유로 회원국들이 3분의2를, IMF가 3분의1을 분담한다. 올해는 450억유로를 그리스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향후 3년간 300억유로의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실현해 재정지출을 201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총 3,000억유로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채무를 안고 있으며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만 85억달러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그리스 지원 법안이 늦어도 7일에는 독일 의회에서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의 최대 지원국이 될 독일은 민간 기업들과 은행들이 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그리스채권을 사는 방법으로 최대 2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도 이날 비상재무장관회의를 열어 그리스 지원안을 확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일 전화통화를 갖고 협정문이 발표되는 대로 양국이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지난달 30일 그리스를 돕기 위해 올해 55억유로의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지원안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에서는 노동절인 1일에 이어 2일에도 정부의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그리스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도움을 받는 대가의 긴축재정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스 노조단체는 4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5일 전면적인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한편 NYT는 1일 그리스 내 연간 탈세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한다며 이것만 해결해도 재정적자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메르켈 총리는 1일 주간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회원국 중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의 투표권을 정지시키는 등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EU 재무장관들이 회의를 열어 유로존 관련 규정의 개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단일 통화는 유럽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이지만 단일 통화의 안정을 보장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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