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에 의해 2주만에 120일선을 다시 넘어섰다. 이에 따라 추가 상승해도 아직까지는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수와 중소형주의 신고가 행진에 힘입어 전주말보다 6.14포인트(1.00%) 오른 617.65포인트로 마감, 120일선이 위치한 611.84포인트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 장세가 지난 3월 이후 지속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종합주가지수가 본격적인 상승행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IT관련주 등 경기민감주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데 여전히 IT업종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급여건도 대형주를 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박스권 탈출이 쉽지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는 200일선이 위치한 630~640선 안팎에서 다시 한번 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별종목의 주가흐름도 차익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선도주의 상승흐름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동안 덜 오른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짧은 매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0일선 돌파로 추가상승 기대감은 커져=이날 종합주가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섬으로써 종합주가지수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18일에는 120일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해 고점을 형성했고, 5월12일에 일시적으로 120일선을 넘어섰지만 다음날 장대음선을 보이며 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대양선 2개가 잇따라 발생하며 120일선을 돌파,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120일선 돌파는 프로그램 매수세와 중소형 개별주의 합작품이다. 중소형주는 신고가 종목이 속출할 만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고, 프로그램 매수세는 이날 1,500여억원 어치에 달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흐름은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베이시스(현ㆍ선물가격차)가 콘탱고(선물고평가)를 보여주고 있고 기술적인 여건이 양호해 전고점 돌파 시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그램 매수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승 한계점은 640선 안팎=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상승랠리`에 돌입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여건은 조성됐지만 아직까지 자금이동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전 고점이 위치한 630선 대에서 다시 한번 매매공방이 벌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현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중소형주의 선전 만으로는 고점돌파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수 영향력이 가장 높은 IT관련주를 놓고 증권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분기 D램가격 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IT관련주의 흐름을 보면 일부 반도체장비주 만 고점을 경신했을 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IT주는 여전히 박스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장비주에서 일부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주까지 파급될 수 있는 여건은 아직까지 조성되지 않았다”며 “종합주가지수는 여전히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200일선이 여전히 장세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630~640선에서 다시 한번 상승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덜 오른 중소형주 순환매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단기투자전략은 대형주보다는 여전히 중소형주 우위의 포트폴리오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소형주 내에서도 우량주 중심에서 벗어나 소외된 중소형주 발굴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신고가를 형성하며 시세를 분출한 종목군은 차익매물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비중을 줄이고 1등 종목과의 가격갭이 커진 2등 중소형주 발굴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성호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주와 반도체장비ㆍLCD주를 중심으로 한 상승흐름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선도주의 흐름이 약화되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후발주를 발굴해 단기매매에 나서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